서울시의회 의장선거 금품살포 사건을 두고 한나라당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현역 국회의원들의 연루설이 거론되면서 불똥이 중앙당에까지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여당에 걸맞은 자정기능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며 “최근 전국 기초광역지역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런 작태는 중앙당 차원에서 윤리위원회를 열어서 빨리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국 윤리위원장은 “즉시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진상을 파악한 뒤 당헌 당규대로 처리하겠다”며 “당원권 정지, 출당 등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는 “당이 속히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법원의 사건 판결 뒤로 유감 표명을 미루자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15일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30여명에게 돈봉투를 건넨 혐의로 김귀환 서울시의회 신임의장을 구속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속앓이는 드러난 것보다 더 깊다. 일부 현역 국회의원까지 연루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김 의장의 구속영장에는 서울지역 일부 국회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김 의장이 돈을 건넸다는 혐의가 들어있다. 지역구 사무실에서 돈거래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해당 국회의원도 돈을 받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꺼림칙한 구석이다.
또 이들과는 별도로 당직을 맡은 몇몇 국회의원들이 김 의장으로부터 선거 협조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서울시의원뿐 아니라 일부 당내 국회의원들도 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서울지역 초선의원은 “당 지도부에 이 사건을 간과했다간 엄청나게 일이 커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국회의원 연루설도 도는 만큼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모두 조사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부패’ 이미지가 다시 덧씌워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읽히는 대목이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바닥인 상태에서 당마저 파문에 휩싸이면 대책이 없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한나라당의 서울시의회 의장 돈 선거는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뇌물사건 대책위원회’를 꾸려 쟁점화 채비에 나섰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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