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이회창 후보측은 15일 정치권이 추진중인 삼성비자금 특검법안의 처리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 비자금 특검법 논의가 불거진 후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자칫 불똥이 캠프로 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 속에 정치권의 셈법과 법안 진행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3당이 공동으로 제출한 법안에는 97년 이후 삼성비자금의 조성방법 및 용처를 수사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이 후보가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자금 모두가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후보의 동생 회성씨는 97년 국세청을 동원한 불법 정치자금 모금사건인 `세풍(稅風)' 사건 재판에서 "삼성측으로부터 60억원을 받아 당에 전달했다"고 진술했고, 2002년 대선 때도 300억원의 삼성 자금이 한나라당에 제공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측은 세풍 당시 삼성의 정치자금이 처벌대상에서 제외됐고,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역시 이 후보와는 무관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은 만큼 이들 사건으로 인해 이 후보에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 후보측은 정치권이 증거도 확실히 제시하지 못한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말만 믿고 서둘러 특검법을 처리하려는 것은 일정 부분 이 후보를 흠집내려는 정치적 의도도 담긴 것 아니겠느냐는 의구심도 드러내고 있다.
범여3당은 김 변호사가 삼성에 입사한 시점을 기준으로 97년 이후 삼성 비자금을 수사대상으로 정했다고 설명하지만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나왔던 이 후보를 다분히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인식이 묻어난다.
또한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비중을 두고 있긴 하지만 이미 검찰 수사가 끝난 2002년 대선자금 문제를 또다시 수사대상에 포함시키려는 것도 최근 논란이 된 대선잔금 등 이 후보까지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캠프 회의에서는 삼성비자금 특검법 추진동향이 보고됐지만 특별한 결론없이 진행상황을 지켜보자는 선에서 논의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이제 막 특검법안이 제출됐고 처리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것이다.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특검법 대응은 범여 3당이 제출한 특검법이 정략적이어서 이를 지적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검법안의 국회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정치권의 특검법 추진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당별 선명성 경쟁과 상대방 흠집내기 차원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흥주 홍보팀장은 "아직 별다른 정보가 없기 때문에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의견을 조율해보겠다"며 "하지만 꼭 입장을 발표해야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