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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김지하 “‘손아무개한테 가봐라’ 말하는 정도로 돕겠다”

등록 :2007-03-22 16:26수정 :2007-03-2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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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김지하 만남 =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근 싸롱 마고에서 김지하 시인을 만나 중도개혁 세력 연대 방안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손학규 김지하 만남 =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근 싸롱 마고에서 김지하 시인을 만나 중도개혁 세력 연대 방안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지하, 사실상 손학규 지지…“신간회, 몽양처럼 외로운 중도의 길 택해”
“‘옛몸에 새꽃’ 쓴 매화 그림 하나 그려줬을 뿐…탈당의미 아닐거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2일 서울 와룡동 ‘싸롱마고’에서 시인 김지하씨를 만났다.

손 전 지사는 “무능 진보와 수구 보수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게 내 욕심이다. 대학 때부터 졸졸 따라 다니던 선배에게 지혜를 얻고자 왔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내 스승인 장일순 선생과 그 스승인 여운형 선생, 백범 선생은 중도였다. 떳떳하고 당당한 중도의 길을 누군가 했으면 좋겠다는 게 내 꿈인데, 앞으로 명백한 중도개혁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손 전 지사는 김씨의 서울대 6년 후배로, 김씨와 40년 가까이 친분을 쌓아왔다. 김씨는 소설가 황석영씨와 함께 손 전 지사 탈당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중순 매화 그림에 ‘옛 몸에 새 꽃’이라는 글을 써 손 전 지사에게 줬다는 김씨는 “보수적 안정, 한나라당 ‘옛 몸’에서 꽃같은 개혁·진보를 하라는 뜻이었다”며 탈당 권유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손 전 지사의 탈당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는 ‘앞으로 손 지사를 어떻게 돕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방면의 재사들이 있는데, 그 능력을 드러내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손아무개씨한테 가봐라’, 그 정도로 (얘기하겠다)”라며 인맥 확장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조만간 소설가 황석영씨를 비롯해, 7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 민중화가 임옥상씨 등을 잇따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측근은 “손 전 지사와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관계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분들이니, 가까운 시일 안에 만나 의견을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모임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손 전 지사에게 힘을 실어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손 전 지사 캠프 인사들은 전했다.

아래는 이날 손 전 지사와 김 시인이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의를 받고 밝힌 주요내용이다.



손학규-김지하, 기자문답 요지

-오늘 왜 만났나?

=(손학규 전 지사) 김지하 선생 댁으로 가려고 했는데, 여기가 (새로운 문예부흥) 그런 담론을 하는 자리니까 이 쪽으로 나오라고 하셨다.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는 마당에, 새로운 정치의 지표가 뭐가 돼야 하는지 지혜를 얻기 위해 왔다. 대학 다닐때부터 내가 졸졸 따라다니던 선배다. 이번에도 지혜를 얻고 앞길에 조언을 듣고자 왔다. 내가 새 정치를 표방함에 있어 구여, 구야가 아닌 가운데, 무능진보와 수구보수가 아닌 가운데를 말하는 게 아니다. 무능진보와 수구보수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게 내 욕심이고 의지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싸롱 마고에서 김지하 시인을 만나 중도개혁 세력 연대 방안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싸롱 마고에서 김지하 시인을 만나 중도개혁 세력 연대 방안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형님이 새로운 문예부흥의 시기에 왔다는 말씀을 하셨다. 1월1일날 마니산 참성단 갔더니 그런 기운이 느껴지더라. 세계 문명의 에너지가 오는 기운,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가진 응축된 문화적 저력이 부흥되는 것. 그 부분적 형태가 한류 아니겠나. 얼마 전에 비보이 공연을 봤는데, 그것도 흥이고. 아이티도 그렇고. 단순히 공연예술이 아니라 정치적, 국민적 에너지로. 경제를 정책으로 하는 게 아니라 국민적 에너지로 하는 거다. 잘 살고, 재미있게 살고, 정에 넘쳐서 살고. 문예부흥이 결국 인간의 회복 아니냐. 그런 정신적 동력 없인 새로운 정치, 질서 모색은 또 하나의 선거를 위한 것이다. 동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뵙고. 전에도 생명평화운동 통해 말씀을 들었지만 목수가 집을 짓는데, 어떻게 할지를 묻는 것이다.

=(김지하 시인) 경제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요즘 논점인데,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교역이다. 요즘 허브라는 말을 하는데, 문화교역의 기지가 될 때 물류가 점프한다. 문예부흥, 신문명 건설, 민족정 긍지 등이 새로운 국가의 목표가 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손학규에게) 기대를 많이 한다.

“손 전지사 탈당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아는데…”
김지하 “그런 모양이다. 내가 그렇게 가볍지 않다.”

-손 전 지사 탈당에 김 선생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아는데….

=그런 모양입디다. 내가 그렇게 가볍지 않다. 탈당은 큰 사건이고,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지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후배지만, 그런 말 듣고 움직일 사람도 아니고. 2월 중순에 매화를 하나 그려다 줬는데, 화제로 ‘옛몸에 새꽃’이라고 써줬다. 매화는 꽃이 피려면 등걸에 벌레가 먹고, 오래 돼야 한다. 그것이 탈당을 의미하는 건 아닐 거다. 보수적 안정, 등걸같은 안정성 속에서 꽃같은 개혁, 진보를 하라는 것이었는데, 그 둘을 아우르는 큰 결단을 했다. 내가 할 말이 없다. 한나라당 옛몸에서 하는 게 좋지 않냐고 했는데, 차원이 다르니까.

- 시베리아에서 어떻게 꽃을 피우나?

= (손학규) 시베리아에서 꽃을 피워야죠.

= (김지하) 매화도 때가 와야 핀다. 그래서 한매라고 한다. 인간이 다 준비해놓고 하늘이 오케이해야 이뤄진다는 옛말이 있는데, 하늘이 다 만들어놓은 걸 인간이 실천하면 된다고 했다. 난 비겁해서 한나라당, 보수 바탕에서 개혁해보라 했는데, (손 전 지사가) 치고나왔다. 굉장히 고맙다. 내 스승은 장일순이고, 이 분 선생이 몽양 여운형이다. 장일순, 몽양이야말로 중도다. 백범도 마찬가지. 떳떳하고 당당한 중도의 길을 누가 해주면 좋겠다. 돌아가신 선생의 한이었다. 이 양반이 해 줄 것이고, 국민의 지지가 중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손 전 지사를 도와줄건지?

=손 전 지사 주변엔 앞으로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기대한다. 문예부흥, 신문명을 얘기하는 사람이 지금 어디있나. 그걸 내걸고 얘기했고, 여러 방면에 재사들이 있다.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이 어떻게 자기 능력을 드러내주느냐인데, 많이 올 거다. 난 ‘손아무개한테 가봐라’ 그 정도로 얘기하는 거고.

김지하 “중도적인 길이 외로운 길인데…어려운 결정 고맙다”
“촘스키, 한국은 민주화 산업화 동시성취한 제3세계 가장 성공한 나라”

= (김지하) 기자회견 잘 봤고 엄청난 결정을 한 것에 대해 고맙고. 참 여러운 일인데 돈도 없고 지지자도 많지 않은데…. 일제시대 신간회, 임정 후기, 백범, 여운형 이렇게 계속되면서 중도적인 길이 외로운 길인데, 남북 양쪽 모두 극단으로 박살이 나고…. 말이 아니라 담론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당 새로운 정치노선으로 들어올리겠다는 것. 내가 손지사랑 친하든 않든 이런 결정이 놀랍고 고마울 뿐이다. 앞으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하나의 공당으로서 명백한 중도개혁의 길을 꼭 좀 (열어달라).

= (김지하) 산업화, 민주화 얘기 많이 나온다. 촘스키는 강의시간에 이렇게 말했단다. 제3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왜? 산업화와 민주화를 최단기에 성취한 곳이다. 앞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는 메인이고 기초이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새로운 국가 목표가…. 물론 산업화 경제, 정치가 존재하고 그리고 새 시대의 목표는 문화 강국으로의 비약이 아닐까. 세계 사회 문화적으로, 창조적으로 플러스 하는 문화상품 수출만이 아니라 외국문화도 들여다가 새롭게 창조하는 새로운 것을 만든다. 신선한 것이 정치쪽에서 나오길 기대한다.

= (손학규) 정치쪽에서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풍토를 만들어 주는 게 문화계가 할 일이다. 이렇지 않으면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없다는 압력이 문화예술계로부터 나와야 한다.

= (김지하) 손 전지사는 중도란 말을 가진 역작용에 대해...

손학규 “백척간두에서 떨어지는데 풀한포기 잡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 (손학규) 중도가 형님 말씀하시는 것이 맞는데. 우리나라 정치적인 콘텍스트에서의 중도는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기회 보고…

= (김지하) 산업화 민주화 사이의 중도는 중간의 기회주의 비슷한 냄새가 나죠. 그러나 그것을 전제로 하고, 문화강국으로의 비약, 초월, 차원변화, 이것과 저것, YES, NO를 디지털 식으로 통합을 하되 그것이 한차원 더 비약하는 문화와 연관해서 그렇게 본다면 양 극단을 존중 하되 가운데서 다 함께 들고가는 차원의 변화가 존재하면 중도는 절대 기회주의가 아니다.

= (손학규) 제가 어제 간 옛 구로공단이 디지털단지가 되고 벤처 IT 단지가 됐는데 그런 것을 느꼈다. 제가 새로운 정치의 창업주다. 벤처적이다. 이 벤처라는 것이 성공률이 5%라고 한다. 내 앞에 있는 것은 벽밖에 없다. 벤처라는 것이 강한 의욕을 갖고 하는 것이지만 모든 것이 안전하게 확실하게 다 확인을 하고 가는 것이 벤처가 아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이길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가는 것. 지금 껏 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탈당선언 전의 제 마음, 제 화두는 내가 정말 욕심을 정말 버릴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백척간두 진일보. 같은 얘기를, 천길 낭떠러지 떨어지는데 풀 한포기 잡으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로 오향 스님이 해석을 그렇게 해 주셨다.

<한겨레>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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