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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뉴라이트 성향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뉴라이트 성향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익태·백선엽 등 친일파로 단죄된 이들을 옹호했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박정희가 만주국군 장교였다는 사실만으로 ‘독립군 토벌 부대원’이라고 단정 짓고, 이에 기초하여 그를 적극적인 친일파로 분류하는 것은 역사의 왜곡”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김 관장의 블로그를 보면, 김 관장은 2021년 3월5일 자신의 블로그에 ‘누가 친일파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김 관장은 “친일파는 일제강점기의 특수한 상황에서 파생한 매국적인 무리를 가리키는 말로서, 1945년 광복과 함께 시효가 끝난 용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친일파라는 용어가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친일 시비’는 보수정당이 사용하는 ‘종북 시비’에 대한 대응으로 진보정당에서 애용하고 있다”고 했다.

김 관장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정치인이 친일파로 매도되는 경우가 있다며 친일 시비에 휘말린 정치인 가운데 하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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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만주 신경군관학교에 입학한 박 전 대통령이 학교 합격을 위해 혈서를 쓰고, 지원서에 “일본인으로서 개와 말의 충성을 다하겠다”고 작성한 사실은 당시 만주신문에 실렸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1942년 일본 육군사관학교 제57기로 편입했고, 1944년 일본 육사를 수석 졸업한 뒤 만주군 소위로 임관돼 관동군에 배치됐다.

김 관장은 이 같은 사실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한 이름은 다카키 마사오라고 쓰면서도, 이런 내용만으로는 그를 ‘적극적 친일파’로 분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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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2021년 3월5일 자신의 블로그 쓴 ‘누가 친일파인가?’ 제목의 글 일부. 김형석 관장 블로그 갈무리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2021년 3월5일 자신의 블로그 쓴 ‘누가 친일파인가?’ 제목의 글 일부. 김형석 관장 블로그 갈무리

김 관장은 “박정희가 신경 육군군관학교 제2기생으로 입학하기 전인 1939년 8월 대사하 전투에 참여했으며, 이 연고로 간도 조선인특설부대에 입대해서 동북항일연군 토벌에 나섰다는 조선족 작가 류연산의 주장은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이때는 박정희가 문경심상소학교 교사로 근무한 기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관장은 “박정희가 만주국군 장교였다는 사실만으로 ‘독립군 토벌 부대원’이라고 단정 짓고 이에 기초해 그를 적극적인 친일파로 분류하는 것은 역사왜곡”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특히 박정희가 독립군을 토벌했다고 주장한 류연산의 ‘일송정 푸른솔에 선구자는 없었다’의 내용은 오류투성이”라며 “류연산이 검증되지 않은 조선족 증인 몇 사람의 증언을 내세워 날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박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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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박 전 대통령의 둘째 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류연산씨의 책 ‘일송정 푸른솔에 선구자는 없었다’를 펴낸 출판사 아이필드 유연식 대표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2009년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특설부대 근무설은 여러 책에 언급됐고 저자 류씨는 역사학계에서도 인지도가 있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책에 적시된 내용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유씨가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