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을 임명했다. 선거시기에 집중됐던 인재영입위원회 활동도 상설화겠다고 했다. 당 대표인 자신을 중심으로 당 조직을 재편하겠다는 ‘친정 선언’이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혁 최고위원을 지명했다. 오후엔 김상훈 의원(4선·대구 서구)이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정책위의장에 임명돼, 지도부 9명 가운데 5명이 친한계로 재편됐다. 이와 함께 한 대표는 전략부총장에 신지호 전 의원, 조직부총장에 정성국 의원을 선임했다. 신 전 의원은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한 대표 캠프 총괄상황실장을 지냈고, 정 의원도 캠프에 보좌진을 파견하며 한 대표를 도왔다. 친한동훈계인 한지아 의원도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됐고,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한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유임됐다.
한 대표는 ‘인재영입위 상설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중도나 수도권, 청년, 외연확장이 필요로하는 상황에서 인재영입위를 상설화하고 강화해 인재발굴과 인재교육에 당의 사활을 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이런 행보를 두고 당내에선 대선 도전을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총선 끝난지가 얼마 안 됐는데, 인재영입을 하겠다는 건 결국 대선 때 같이 일할 자기 사람을 확보하겠다는 뜻 아니겠냐”고 했다.
관건은 ‘구주류’인 친윤석열계의 반발을 얼마나 잡음 없이 억누르며 당을 이끌 수 있느냐댜.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야당이 주도하는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제3자 추천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선 김건희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친한계의 한 의원은 “63%라는 한 대표 득표율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당 안팎의 실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차별화에 나서더라도 일단은 속도조절에 신경쓸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이 안착하지 않은 임기 초반인 만큼, 갈등이 일정 수위 이상으로 오르는 것은 피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은 지금 이 시기에 꺼낼 이유가 없다. 치열한 당내 토론도 필요하고,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도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