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014년 문화방송(MBC) 사장 지원 당시 노조 탄압 계획이 담긴 경영계획서를 제출한 사실이 14일 확인됐다.
한겨레가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때인 2014년 2월 문화방송 대표이사에 지원하며 ‘문화방송 경영계획서’를 냈다. 이 후보자는 이 계획서에서 ‘방송의 공공성·공정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노사관계 재정립을 꼽았다.
그는 노사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정치적 활동을 보장한 상위 노조 탈퇴 요구 △노조 전임자·파트타임 수와 지원 축소 △노무 전문가 영입 등의 계획을 적시했다. 이 후보자가 언급한 상위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노조 활동을 제약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문화방송 보도와 프로그램에 대한 내부 심의와 문책을 강화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사내·사외 이사로 구성된 ‘공정성위원회’를 설치해 △사내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사후 심의 △위원회 합의를 통한 프로그램 책임자에 대한 문책 건의 등의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자는 또 문화방송 기자회와 피디(PD)협회, 기술인협회, 방송경영인협회 등을 “사내 사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이 조직들의 “경영 간섭 행위 근절”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랐으나 사장에는 안광한 후보가 당선됐다. 안 사장은 그해 3월 그를 보도본부장에 임명했다.
문화방송 기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요직을 맡으며 방송 장악에 관여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2012년에는 문화방송 홍보국장과 기획홍보본부장 등을 맡으며 문화방송 민영화를 밀실로 추진하고 직원 사찰 등 노조 탄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6월 보수단체 ‘대안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문화방송 사장 선임 등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남은 임기 동안 ‘제2의 광우병 보도’와 ‘바이든-날리면’식 보도가 없을 것 같나”라며 “중립적이고 중도적인 인물 좋은데 반민(주)노총 방송을 할 수 있는 사람, 민(주)노총식 방송을 바로잡을 수 있는 투사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민 의원은 “경영계획서에 구체적인 노조 탄압 계획까지 기술한 이 후보자의 세계관은 극우적 편향 그 자체”라며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