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9월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 특별기자회견’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물론이고 14명의 경제·사회 부처 장관들이 모두 배석했다. 그해 6월5일 ‘취임 100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했는데, 불과 석 달 만에 큰 규모의 기자회견을 다시 여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김 대통령은 20개 가까운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받았다. 회견은 예정시간을 넘겨 2시간 남짓 계속됐다. 이렇게 긴 시간 회견을 하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더 ‘특별한 것’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노트다. 언제나 그렇듯 김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앞두고 국정노트를 작성했다. 회견에서 나올 예상 질문과 답변을 노트에 빼곡히 정리했는데, 그 분량이 15장이었다. 재임 5년간 27권의 국정노트를 썼지만, 한 사안에 관해 이렇게 많은 분량을 쓴 건 경제 특별기자회견이 유일했다. 대통령은 이 기자회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초긴축·고금리, 구조조정으로 대변되는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으로 실업과 경기 침체의 고통이 온 국민의 가슴을 짓누르던 시기였다. ‘경제 특별’이란 수식어를 앞에 붙인 것도, 한국 경제가 아이엠에프(IMF) 관리 체제로 들어간 지 10개월 만에 이에 관한 정부의 평가와 입장을 공식 표명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