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12·4 개각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총선용 개각’으로 요약된다. 이날 교체된 6명의 장관은 모두 내년 4월 총선 출마 예상자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실 참모였던 최상목 전 경제수석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하는 등 관료와 학자 출신들로 2기 내각을 꾸리면서 국정 기조 변화 없이, 정부 장악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날 발표한 6명 중 절반을 여성으로 채운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 나설 예정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임자로 최상목 전 경제수석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등이 처리되지 않았음에도 기재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며 추 부총리의 총선 준비를 배려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에서 1년7개월가량 자신을 보좌해온 최 전 수석을 지목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축으로 한 긴축재정과 ‘짠물 복지’, 부자 감세 등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뜻을 피력했다. 최 후보자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임중도원(임무는 무겁고 길은 멀다는 뜻)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 외에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 나머지 5명의 교체된 장관들은 내년 출마 예정자다. 개각의 초점이 총선 출마자 배려에 맞춰지면서 ‘국정 쇄신이나 인적 쇄신’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새 장관 후보자들의 대부분은 ‘관료·학계 출신’이다. 이들이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직언이나 조언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이다. 지난 6월 국민의힘 중진 의원 출신인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이 내각에서 빠진 데 이어, 이번 개각에서도 추경호·원희룡 장관 등 중량감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빠져나온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강했던 윤 대통령의 ‘마이 웨이’ 국정 운영에 정부 내부에서 ‘쓴소리’가 나올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윤 대통령이 언급한 ‘책임 장관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와도 같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각 부처 장관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하는 ‘분권형 책임 장관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장·차관 인사 때도 중앙부처 차관 임명자 1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명을 용산 대통령실 출신 비서관들로 임명해, 대통령의 직접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차관 정치’라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이날 개각에서는 지난 6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기용 때처럼 주목도 높은 인선도 없었다. 인재 풀이 협소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이날 발표된 6명의 장관 후보자 중 절반인 3명은 여성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성 비율과 전문성을 고민한 인사”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강정애 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숙명여대 총장(2016~2020년)과 한국경영학회 부회장(2016년), 한국인사관리학회장(2012년) 등을 지낸 학자 출신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강 후보자는 6·25 참전용사의 딸이고, 독립유공자의 손주며느리로서 보훈에도 평소 남다른 관심과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후보자의 시할아버지인 백인(百忍) 권준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약산 김원봉 등과 함께 의열단을 결성해 자금 관리 등을 담당한 인물로,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