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5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제1차 회의’에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오른쪽)가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함께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제공
지난 3월15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제1차 회의’에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오른쪽)가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함께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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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호(64) 성신여대 교수가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라며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해온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평결을 “체제전복세력에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라고 비난하고, 당시 촛불시위를 “전체주의적”이라고 말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대북·통일 정책을 펼쳐야 할 통일부 장관으로 부적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임 후보자로 김 교수를 내정하고, 29일 다른 부처 장차관 교체 인사와 함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국내 문제와 한-일 관계 등 외교 현안 등에도 극우적인 발언을 해왔다. 그는 2017년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체제전복세력에게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난하며 “이제 한국 사회는 젖은 스펀지에 붉은 잉크를 한 방울 뿌리면 스펀지 전체가 금방 붉어지는 것처럼 전체주의의 일상화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줌도 안 되는 촛불이 어찌 전체 국민을 대변하나?”라는 제목의 인터넷 블로그 글(2018년 6월7일)에서 촛불시위를 “전체주의적”이라 비난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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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두고는 “반일종족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강제성을 부인해 역사학계와 한국 사회에 큰 파문을 몰아온 단행본 <반일종족주의> 북콘서트(2019년 7월17일) 자리에서였다.

■  “통일부 장관으로 부적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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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인권 문제’를 고리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에 따라 김 교수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여러 차례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해 “자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쳐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통일을 하려면 북한 내부 실상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며 “국제정치적 시각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떻게 분단됐는지를 알아야 통일에 대한 구상과 전략을 짜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5일 외교·안보분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 인터뷰에서도 “프랑스와 공조해 북한의 심각한 인권 실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일부는 새 장관 아래 북한 인권 실상을 세계 외교 무대에서 알리는 역할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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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교수의 적대적 대북관과 극우적 시각은 통일부 장관으로서는 부적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전직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정권 타도와 북한 자유화를 외치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필요성을 부정하는 이가 통일부 장관이 돼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외치면 얼마나 울림이 있겠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러 명의 전직 통일부 고위 관계자들도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해온 이가 어떻게 통일부 장관이 될 수 있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를 없앨 수 없으니 아예 망가뜨리기로 작정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