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블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오른쪽)가 5일 국회에서 당 최고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블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오른쪽)가 5일 국회에서 당 최고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5일 혁신기구 수장으로 임명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임명 9시간여 만에 사퇴하면서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예상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혁신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민주당이 혁신기구 구성을 약속한 지 20여일 만에 임명한 이 이사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자신의 과거 발언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이래경 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대학생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 2차례 제적됐고, 민주화운동청년연합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후 한반도재단 운영위원장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지냈다. 김근태계 인사로 분류됐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일 때 경기연구원에 재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명 직후 논란이 될 만한 이 이사장의 발언들이 잇달아 공개됐고, 당에서는 비명계(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이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법치를 가장한 조폭집단 윤가(윤석열 대통령 지칭) 무리” 등의 글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한 매체에 쓴 글에서는 “중동에서 20년간 진행된 대학살을 지지한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이 푸틴을 전범으로 낙인찍는 것은 위선적 거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광고

이에 홍영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이사장에 관해) 전혀 당내 논의도, 검증도 안 됐고, 오히려 이재명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는 기대할 것도 없다”고 적었다.

이 과정에서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권 대변인은 “민주당은 해당 인사(이 이사장)를 조속한 시일 내 해촉하고 천안함 유족과 생존 장병들에게 사과하라”고 한 최 전 함장을 향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 한 것이냐.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되자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광고
광고

이 이사장의 사퇴 탓에 민주당은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재명 당대표 등 지도부는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이 이사장을 임명했다가 화를 자초했다는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의 에스엔에스 글을 알고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왜 이렇게 급하게 이 이사장이 임명됐는지 모르겠다. 에스엔에스 글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누가 이 이사장을 이 대표에게 추천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동력도 떨어지게 됐다. 당 안에서는 “당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를 이렇게 써버렸다”는 말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이 이사장 후임 인선을 묻는 물음에 “역량 있고 신망 있고 그런 분들을 주변 의견을 참조해서 잘 찾아봐야 될 것”이라고 말한 뒤 당대표실을 떠났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