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바이든 대통령의 처지를 거론하며 욕설과 비속어를 쓴 사실이 방송화면을 통해 포착됐다. 대통령실은 ‘사적 발언’이라며 정확한 발언 취지를 해명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동안 대화한 뒤 이동하며,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쪽을 바라보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다른 나라가 말라리아·결핵·에이즈 퇴치를 위해 내놓은 기여금을 거론하며 매칭펀드 형식으로 “의회의 우리 파트너들과 협력해 국제기금(글로벌 펀드)에 60억달러를 추가로 기부해 전체 금액을 140억달러로 만들 것”이라고 연설했다. 욕설과 비속어가 섞인 윤 대통령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질병 퇴치 기여금 구상’에 미국 의회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며 윤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무대 위에서 공적으로 말씀하신 것도 아니고 지나가면서 한 말을 누가 어떻게 녹음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위 여부도 판명을 해봐야 한다”며 ”글로벌 펀드 공여 관련해서 미국 의회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