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서 윤 대통령과 같은 시간대에 별도로 여성 졸업생들과 간담회를 진행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김 여사가 사실상 ‘독자 행보’를 한 것인데, 야당은 “국민이 뽑은 것은 윤 대통령이지 김건희 여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신임 경찰 310기 졸업식 행사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졸업자 대표의 복무 선서 뒤 여성 대표에게 직접 흉장을 달아줬다. 김 여사로서는 지난 15일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이은 나흘 만의 공개 행보였다.
김 여사는 졸업식이 끝난 뒤 별도로 새내기 여성 경찰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시각 윤 대통령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이명교 중앙경찰학교장 등과 함께 2030 청년 경찰 20명을 만나 간담회를 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같은 시각 각각 간담회를 진행한 셈이다. 대통령이 있음에도 대통령 부인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따로 진행한 전례가 드문 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2019년 8월 문 대통령과 함께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했지만 간담회 등 별도 행사를 하지 않았다.
역대 사례를 살펴봐도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이 일정이나 사정 탓에 참석하기 어려운 △외국 정상 부인 관련 행사 △예술·종교·교육 시설 방문 △소외 계층 행사 등을 챙기는 ‘보완재’ 구실을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간담회는 공개 행사로 진행했지만, 김 여사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한 뒤 사후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어떤 기준으로 윤 대통령 간담회와 김 여사 간담회 참석자를 구분했는지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야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하는 행사에 여사가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열린 행사에 여사가 별도로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동격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황당하다. 국민이 뽑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지 김건희 여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김 여사가 허위 학력·경력 의혹에 관해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경찰 수사를 받는 김 여사의 경찰학교 방문 및 졸업생 간담회는 부적절한 행보”라며 “경찰이 알아서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해 줄 것으로 믿고 일정을 소화한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