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곳간지기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박덕흠 사무총장’ 카드가 백지화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이 비대위원으로 임명되고, 이해충돌 논란으로 입길에 올랐던 박덕흠 의원까지 사무총장으로 내정되면서 ‘혁신과는 거리가 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비대위’라는 비판이 일자 인선을 재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만나 “사무총장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해충돌 (사건이) 해결된 지 얼마 안 돼서 또 논란이 되고 싶지 않다”며 “내가 상임위원장을 해야 하니 사무총장을 맡기는 힘들다고 주 위원장에게 말했다. 주 위원장도 입장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찾아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핵관의 좌장 격인 정진석 의원과 사돈 관계인 박 의원은 과거 국회의원 직무와 연관된 이해충돌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던 2015~2020년 본인이나 가족이 대주주로 있던 가족회사가 국토부와 산하 공공기관으로부터 1천억원대 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2020년 9월 탈당했던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으로 슬그머니 복당했다. 3선인 박 의원은 탈당 뒤 복당으로 올해 원 구성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얻지 못했는데 향후 상임위원장을 노리겠다며 사무총장 고사의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올해 6월 경찰은 박 의원이 고발된 직권남용 사건을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서 피감기관의 공사를 수주한 이해충돌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날 박 의원의 사무총장 기용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한 중진 의원은 “박덕흠 사무총장 기용은 전혀 뜻 밖의 일”이라며 “박 의원이 복당이 됐다고 하더라도 가족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백억의 (공사) 수주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전 의원도 이날 <티비에스>(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이전에 비리 의혹으로 탈당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무총장 기용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 이걸 보고 누가 이 비상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이해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몇몇 중진들은 주 위원장에게 ”박덕흠 사무총장은 곤란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결국 당내 우려가 커지자 박덕흠 사무총장 기용은 ‘없던 일’이 됐다. 주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제안한 게 아니라 의사 타진을 했던 것”이라며 “사무총장을 누구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18일 열리는 첫 비대위 회의에서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비대위 대변인에는 박정하 의원,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에는 정희용 의원이 각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