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을 찾아 박준희 관악구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을 찾아 박준희 관악구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 일대 기록적인 집중호우 상황에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전화로 상황 대응을 지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 쪽에선 “대통령의 현장·상황실 방문이 현장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밤새 호우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대응책을 지시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에선 ‘대통령실’ 이전이 야기할 수 있는 국정 공백 리스크가 이번 호우 상황에서 현실화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9일 오전 윤 대통령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서초동 자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통화하며 실시간으로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자택 인근 도로가 침수돼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자택에 머물긴 했지만, 실시간으로 필요한 조처는 다 취했다는 취지다.

야권에선 “무조건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새 대통령 관저로 쓰일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은 대통령실과 5분 거리지만, 장마 등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 대통령 관저가 완성되기도 전에 전국 각 시군구와 실시간 연결되는 위기관리센터가 있는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는 바람에, 윤 대통령이 곧장 위기관리센터로 달려가지 못해 적시에 필요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멀쩡한 위기관리센터를 두고 왜 아파트에서 상황관리를 하냐”며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해도 국정에는 공백이 없다고 장담했지만 이게 뭐냐. 심각한 국가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찌 됐을지 섬뜩하다”고 비판했다. 예윤해 정의당 부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컨트롤타워 기능이 완비된 청와대를 떠날 때는 용산에 가서도 모든 국가 안보에 아무 문제없이 대처할 수 있다고 하더니, 정작 재난급 폭우가 오자 집에서 전화로 업무지시를 하는 대통령을 어느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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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런 비판을 ‘정치공세’라고 맞받았지만, 위기 대응 속도나 내용 면에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 것은 아쉽다”(지도부 관계자)는 지적도 적잖았다. 수도권 집중호우 상황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 사항이 처음 전해진 게 전날 밤 11시54분께였는데, 내용 면에서도 위기에 대처해야 할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은 상황에 맞춰 출근시간 조정을 적극 시행하라’고 한 점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쪽에선 윤 대통령의 ‘자택 전화 지시’가 이뤄진 것은 “대통령이 현장·상황실로 이동하게 되면 대처 인력들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쓸 수밖에 없어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5월20일 작성된 내부 매뉴얼을 공개하며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행정안전부, 소방청, 산림청 등의 관계자 회의에서 재난 발생 시 대통령실이 직접 초기부터 지휘에 나설 경우 현장에 상당한 혼선이 발생하기 때문에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시하고 현장은 어느 정도 상황이 마무리 진정되면 가는 것이 맞다는 것으로 원칙을 정해놓은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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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예견된 참사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선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2022년 8월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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