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보좌역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보좌역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졌습니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시키고 위원장을 내쫓았습니다. 후보와 의원들이 대표를 몰아내려 했습니다. 상처를 급히 꿰맸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알 수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국민의힘 사람들은 대부분 이준석 대표가 잘못했다고 말합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을 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본질이 아닙니다.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잘못 뽑은 것입니다. 제 평가가 가혹하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선대위를 해산시켰습니다. 당무우선권을 활용해 사무총장과 부총장도 바꿨습니다. 후보만 빼고 다 바꾼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여론조사 지지도가 올라갈까요? 그럴 리가요. 문제는 선대위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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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힘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일을 차분히 복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를 도대체 누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만들었을까요?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뒤이어 벌어진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는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10년의 파산 절차였습니다. 파산한 기업이나 단체가 회생하려면 뼈를 깎고 살을 베어내는 고통이 불가피합니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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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재건을 위해서는 2017년 대선 패배 뒤에 차라리 자유한국당을 해산하는 것이 옳았습니다. 하지만 대구·경북에 지역 기반을 두고 60대 이상 고연령층에 세대 기반을 둔 보수 세력에게는 그만한 인내심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 탓으로 돌리며 2022년 3월 대선 승리를 노렸습니다.

문제는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말을 함부로 하는 홍준표 의원은 보수 세력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에게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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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시작, 2년 전 여론조사

2019년 12월 한국갤럽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이낙연 26%, 황교안 13%, 이재명 9%, 안철수 6%, 심상정 5%, 유승민 5%, 박원순 5%, 오세훈 4%, 조국 4%, 홍준표 4%였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황교안 대표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을 정도로 보수 성향 표심은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그 빈 곳을 조국 사태로 유명해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치고 들어왔습니다. 2020년 1월 <세계일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10.8%로 황교안 대표를 누르고 2위를 차지한 일이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뒷날 고백했지만, 이 여론조사를 계기로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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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를 부추긴 사람으로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를 뺄 수 없습니다. 2020년 12월22일치 신문에 ‘윤석열을 주목한다’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2021년 7월13일 ‘문재인 5년을 지울 청소부를’이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국가 경영 능력이 부족해도 문재인 정권을 청산할 사람이라면 대선 후보 자격이 충분하다는 논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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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위원장의 무리한 욕심도 한몫했습니다. 2021년 3월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치고 올라오자, 김종인 전 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논평했습니다. 그 뒤 밀고 당기기를 거쳐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별의 순간을 잡은 것은 어쩌면 윤석열 후보가 아니라 김종인 전 위원장이었습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정치에서 은퇴한 상태였던 2020년 3월 <영원한 권력은 없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한 일이 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바람직한 권력자와 참모의 관계로 독일의 비스마르크와 빌헬름 1세, 미국의 닉슨과 키신저 사례를 들었습니다. 최고 권력자의 절대 신임을 바탕으로 유능한 참모가 전권을 행사한 경우입니다.

사실은 김종인 전 위원장 자신이 바로 그런 방식으로 일해 온 사람입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근로자재형저축과 의료보험을 도입했고, 전두환 대통령 시절 개헌을 하면서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을 비롯한 개혁 정책을 관철했습니다. 반대가 많았지만, 최고 권력자의 신임을 바탕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종인 전 위원장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돕고, 2016년 총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도울 때는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전권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정당 내부의 기존 세력과 갈등을 빚은 것입니다.

결국 박근혜 후보와는 재벌 순환출자 해소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는 바람에 대선 전에 결별했습니다. 문재인 대표와는 갈등을 빚다가 총선이 끝난 직후 결별했습니다.

언제나 전권 요구, 김종인의 욕심

이번에 윤석열 후보와 결별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전권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허수아비가 될 것을 우려한 윤석열 후보가 오히려 그를 쫓아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김종인 전 위원장은 왜 매번 전권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독선적이기 때문일까요? 혹시 박근혜 후보, 문재인 대표,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보다 나이가 적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가 이들을 ‘하수’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요?

원인이 무엇이든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이번 결별은 애초에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맡기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됐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물론이고 김종인 전 위원장도 체면을 단단히 구겼습니다.

어쩌면 김종인 전 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번은 몰라도 두번이면 김종인 전 위원장이 사람을 보는 안목에도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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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착각, 김대중 칼럼니스트 같은 보수 논객들의 부추김, 그리고 김종인 전 위원장의 개인적 욕심 등이 합쳐져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탄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질에서 저는 이른바 보수 세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선택한 것은 전략적 판단 착오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후보는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보수 세력 전체가 윤석열이라는 정치 아마추어의 허파에 바람을 불어넣어 대선 후보로 밀어 올리는 모험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양심 불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도 있었습니다. 보수의 혁신을 요구하는 민심에 힘입어 2021년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당선됐습니다. 대선 후보 경선 막판에는 2030의 지지를 등에 업은 홍준표 의원이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앞섰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책임당원들은 민심을 거부하고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윤석열 후보 지지도 하락과 국민의힘 자중지란은 의원들과 책임당원들의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좀 힘들어도 국민의힘이 홍준표·유승민·원희룡 같은 내부 인사들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좋았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관심사는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의 앞날입니다. 어떻게 될까요?

필수과목이 된 안철수의 단일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필수 과목’이 됐습니다. 단일화 없이 이재명 후보를 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수 세력 전체가 나서서 후보 단일화를 압박할 것입니다.

첫째, 윤석열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꺾고 그 탄력으로 본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이기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처럼 되는 것입니다.

둘째,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본선에는 진출하지만, 대선에서 패배하는 경우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책임을 혼자 뒤집어써야 합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그랬습니다.

셋째,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해 장렬히 전사하는 경우입니다. 보수 야권의 불쏘시개로 역사책에 기록될 것입니다.

단일화에 실패해 다자구도로 대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자구도에서 득표율이 저조하면 2017년 홍준표 후보, 2007년 정동영 후보처럼 될 것입니다. 다자구도에서 선전하면 1997년·2002년 이회창 후보처럼 아슬아슬하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자구도에서 이재명 후보를 꺾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거나 새로운 비리 의혹으로 추락해야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윤석열 후보에 앞서 정치에 뛰어든 법조인으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있었습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판사 출신 초엘리트였지만, 정치인으로는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이회창 총재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까요? 이회창 총재의 길을 엇비슷하게 따라갈까요? 아니면 3월9일 선거 이후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될까요? 윤석열의 운명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