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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등록 :2020-08-29 18:08수정 :2020-12-25 20:00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39
이낙연 대표의 정치 인생과 세 가지 과제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서 60.8% 압승
신의와 대의 존중…문 대통령 위기에 도움
코로나 사태 극복 당·정·청 협력 ‘발등의 불’
이재명 지사와 ‘두 대의 기관차’ 역할 기대
내년 4·7 재보선 결과에 정치적 명운 걸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29일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대표는 사전에 동영상을 미리 촬영했다. 유튜브 캡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29일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대표는 사전에 동영상을 미리 촬영했다. 유튜브 캡처
코로나 재확산으로 사상 초유의 비대면 방식으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의원이 새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이낙연 대표의 득표율은 60.77%였습니다. 오래전부터 나돌던 ‘이낙연 대세론’과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 사실로 입증된 셈입니다. 2년 전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전 대표는 42.88%를 득표했고, 4년 전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전 대표는 54.03%를 득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기는 2년입니다. 추미애 이해찬 대표는 각각 2년 임기를 채웠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대표는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9일 이전까지 6개월 남짓 재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선주자에게 당 대표 자리는 커다란 기회일 수도 있고 커다란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2015년 문재인 대표가 그랬듯이 이낙연 대표의 앞날도 절대 순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낙연 대표는 어떤 사람일까요? 1952년 전남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출생했습니다. 본래 위로 형이 둘 있었는데 어려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별명은 메주와 생영감이었습니다. 메주는 얼굴이 길면서도 어머니 젖을 많이 먹어 통통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생영감은 어린 것이 영감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동네 누나들이 놀리던 별명입니다. 골방 보리 항아리에서 보리를 한 되쯤 훔쳐 복숭아를 사 먹었다가 어머니에게 들켜 종아리를 맞은 적도 있습니다.

1964년 법성 삼덕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공부를 잘해서 광주로 ‘유학’을 갔습니다. 광주북중, 광주일고,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군 생활을 마친 뒤 은행에 잠시 취업했다가 동아일보 기자가 됐습니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동교동을 출입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도쿄 특파원, 논설위원, 국제부장을 지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아일보 이낙연 기자’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평민당 총재를 할 때는 “공천해 줄 테니 기자 그만두고 국회의원 하라”고 권유한 일도 있습니다. 이낙연 기자는 김대중 총재의 정치 권유를 완곡히 거절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때문에 김대중 총재가 이낙연 기자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합니다.

저는 1990년대에 뒤늦게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동아일보 이낙연 선배’를 만났습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중저음의 점잖은 목소리가 매력적이었습니다. 1996년 1월 1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김대중 총재가 정계에 복귀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고 4월 총선에 나선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에는 총선 출마 예상자 명단을 1월1일 치 신문에 실었습니다. 한겨레신문 야당 1진이었던 저는 동교동계에서 취재한 내용을 근거로 전남 함평·영광 출마 예상자 명단에 이낙연 기자를 포함했습니다. 1월 1일 늦은 오후 어느 정치인 집에서 ‘이낙연 선배’를 마주쳤습니다. 그때는 1월 1일에 기자들이 정치인 집을 돌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나눴습니다. 술로 얼굴이 붉어진 ‘이낙연 선배’는 웃으며 “어이 성한용씨,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출마 예상자 명단에 내 이름을 넣으면 어떻게 하나”라고 항의를 했습니다. 저도 웃으며 “앞으로는 꼭 물어보고 넣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일로 ‘이낙연 선배’가 언젠가 정치를 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4년 뒤인 2000년 동아일보사에 사표를 내고 전남 함평·영광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동아일보 기자로서 미련이 너무 많았던 탓인지 사표를 내야 하는 시한 마지막 날 오후에 사표를 낸 것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국회의원 선거에 다섯 차례, 시도지사 선거에 한 차례 출마해서 모두 당선됐습니다. 2000년과 2004년 총선은 새천년민주당, 2008년 총선은 통합민주당, 2012년 총선은 민주통합당, 2014년 지방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 2020년 총선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당선됐습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지 않은 경력이 좀 어색합니다. 당시 정치적 선택에 어머니가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추억>(2007)에 그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제가 대변인으로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께서 민주당을 버리고 신당(열린우리당)에 동참하셨습니다. 그 무렵 노 대통령께서는 두세 번쯤 사람을 보내 저의 신당 동참을 권유하셨습니다. 장관직 얘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분당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고민했습니다. 2003년 민주당 분당 직후의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나다. 신당 가지 마라 잉!”

어머니는 그 말씀만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시골 노인들이 으레 그렇듯이, 어머니도 전화가 엄청나게 짧습니다. 전화요금이 무서워 당신 하실 말씀만 하시고, 상대편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리시는 겁니다.

나중에 어머니를 뵙고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를 여쭈어봤습니다. 어머니의 대답은 역시 짧았습니다.

“사람이 그러면 못 쓴다.”

(중략)

어머니께서 2006년 5·31 지방선거 직후에 제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지방선거는 제게 좋지 않은 결과를 안겨주었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번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것을 알아채셨을까요? 어머니는 민주당 분당 직후의 전화 이래 처음으로 제게 다시 전화를 거셨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은 단 한 마디였습니다.

“길게 봐라.”

이낙연 대표는 초선 국회의원 시절인 2003년 대변인 논평과 글, 국회 발언을 모아 책을 낸 일이 있습니다.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라는 제목입니다.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대변인 논평이 바로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입니다. 수많은 논평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초보운전자를 위한 격언, 2002년 10월 24일)

우리 민주당에서 날마다 탈당자가 나오던 때였습니다. 당에서는, 특히 노무현 후보 진영에서는 탈당자들을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기류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하기도 지쳐 있었고, 생각도 조금 달랐습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우리 당이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집권당이 얼마나 못났으면 국회의원들이 떠나느냐고 보시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대통령 후보가 단일화되면 다시 합쳐야 할 정치인들에게 심한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심한 말을 해놓으면 단일화에도 어려움을 주고, 단일화 이후에도 고약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보운전자를 위한 격언을 빗대어 탈당 움직임을 멈추게 하려 했습니다. 이 촌평의 첫머리(지름길을 모르거든 큰 길로 가라)는 실제로 어느 책에서 보았던 글귀였습니다. 그 뒤는 제가 붙여본 말입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이던 배우 명계남씨는 저의 이 촌평을 매우 좋아하셔서 여러 연설에서 인용하셨습니다.

그 무렵 서울 여의도의 어느 맥줏집에 우연히 들렀다가 저는 감격했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던 젊은이 대여섯 분이 제가 들어서는 것을 보셨는지 저를 향해 외치셨습니다.

“대변인님, 우리는 직진입니다.”

이처럼 몇 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인으로서 이낙연 대표는 신의를 중시하고 대의를 존중하는 사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의 이런 면모를 높이 사서 일찌감치 국무총리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을 도운 일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15년 2월 전당대회입니다. 대표 경선에 문재인-박지원-이인영 세 사람이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호남 출신 당원들 표가 박지원 후보에게 몰리는 바람에 문재인 후보가 고전했습니다. 다급해진 문재인 후보 쪽에서 이낙연 전남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낙연 전남지사가 상당히 큰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2017년 대선입니다.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바짝 쫓아온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때도 문재인 후보 쪽에서 이낙연 전남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낙연 전남지사가 큰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대표를 일찌감치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최인호 의원이 알려준 내용입니다.

이낙연 대표의 정책 노선은 어떨까요? 그는 ‘정통 민주당 사람’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노선이 바로 그의 정책 노선이라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낙연 대표의 정책 노선은 ‘중도 보수 실용주의’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패배 뒤 이낙연 의원은 “유권자의 정치 성향이 세분화하고 있다”며 정치적 주장에 동의해도 생활에 미치는 변화는 거부하는 ‘생활 보수’, 진보적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막말이나 극단적 접근은 싫어하는 ‘태도 보수’의 존재를 언급한 일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생활 보수’나 ‘태도 보수’ 유권자들에게도 신뢰받는 정책을 꾸준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민주당 안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2013년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에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낙연 대표의 정책 노선을 ‘보수’라고 볼 수는 물론 없습니다.

하지만 정책 노선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그의 정책 노선이 당내 대선후보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나 전임 이해찬 대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진보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낙연 대표 본인도 자신의 정책 노선을 지금보다는 좀 더 진보적인 쪽으로 이동시키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내년 3월까지 이낙연 대표의 앞날에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첫째, 코로나 사태 극복입니다.

코로나 사태는 발등의 불입니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 극복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최근 코로나 재확산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대한민국 공동체 자체가 멈춰 서거나 붕괴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만약 코로나 사태 극복에 실패한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이낙연 대표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이제 전당대회 주자의 족쇄가 풀린 만큼 국회의원, 전남지사, 국무총리로 쌓은 역량을 남김없이 쏟아부어야 합니다. 당·정·청 협력에서 여당 대표는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진짜 실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둘째, 국정 주도권 회복입니다.

4·15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민심의 흐름은 정부보다 정당에서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을 차단하고 정상화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는 이제부터 이낙연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두 대의 기관차’ 역할을 하며 여권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셋째, 4·7 재보선입니다.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 부산시장 등 재보선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하면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전망도 어두워집니다. 차기 대선주자인 이낙연 대표로서는 내년 4·7 재보선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낙연 대표는 내년 재보선 전에 대표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그렇다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재보선에서 공천하면 그건 100% 이낙연 대표의 몫입니다. 대표를 그만둬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서 선거를 지휘해야 할 것입니다.

이낙연 대표 자신은 앞으로의 과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당선 뒤 수락연설에서 ‘5대 명령’이라는 이름으로 자세히 밝혔습니다. 원문 그대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첫째,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하겠습니다.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우리는 일상의 평화를 되찾기 어렵습니다. 민주당이 이 전쟁에 효율적 체계적으로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 재편하고, 그 위원장을 제가 맡겠습니다. 국난극복위원회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국민의 전폭적인 동참을 얻어 이 국난을 더 빨리, 더 잘 극복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저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불법행위, 불공정행위, 집단이기주의, 가짜뉴스 등에 단호히 대응하겠습니다.

위대한 우리 국민은 방역의 주체라는 각오로 이 전쟁에 동참하고 계십니다. 국민의 그런 저력으로 이제까지 우리는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이 국난을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둘째, 국민의 삶을 지키겠습니다.

코로나 19의 피해는 광범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자를 포함한 취약계층,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은 타격을 더 크게 받고 계십니다. 많은 직장인과 청년들이 삶을 걱정하십니다. 상인들의 한숨이 깊습니다.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 부부는 막막하십니다. 고통에 직면한 민생을 돕기 위한 당정협의를 조속히 본격화하겠습니다. 기존의 방식을 넘는 추석 민생대책을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재난지원금 문제도 함께 논의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고용 취약계층과 소득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전 국민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를 비롯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습니다.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덜어 드리도록 국난극복위원회와 당정협의, 그리고 국회를 통해 전방위로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소중히 살피며 기민하게 대처하겠습니다.

셋째,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코로나는 세상을 새로운 기준, 새로운 질서로 바꾸는 대전환의 시대로 인류를 몰아넣었습니다. 대전환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선택은 대전환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는 문제뿐입니다. 우리의 코로나 방역은 세계의 모범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가전제품과 반도체, 대중음악과 영화, 게임과 웹툰에 이어 우리는 감염병 대처에서도 세계 일류로 올라섰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 일류로 도약해야 하고,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유망 분야를 개척하고 확대하도록 미리부터 준비하겠습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은 미래 준비의 토대에 속합니다. 민주당의 K-뉴딜위원회를 원내대표가 맡아 국회와 연동하며 한국판 뉴딜의 속도와 효과를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판 뉴딜의 필수적 개념으로 균형발전 뉴딜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의 사업 선정과 예산 배정에서 국가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을 거듭 요청합니다. 우리는 전쟁과 가난을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짧은 기간에 실현한 세계 유일의 국가입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넷째, 통합의 정치에 나서겠습니다.

국난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 일에 여야와 진영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통합의 정치는 필요하고도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마침 제1야당이 정강·정책을 바꾸고 극단과 결별하려 하고 있습니다. 환영할 일입니다. 민주당도 통합의 노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습니다.

그렇게 여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대화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사안도 늘어날 것입니다. 합의 가능한 문제들을 찾아 입법화를 서두르겠습니다. 우선 여야의 의견이 접근하고 있는 비상경제, 균형발전, 에너지, 저출산 등 4개 특위를 조속히 가동할 것을 요청합니다.

다섯째, 혁신을 가속화하겠습니다.

대전환이 선택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혁신도 선택의 대상이 아닙니다. 경제와 정치를 포함한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전략의 하나로 ‘혁신성장’을 제창했습니다. 혁신성장은 지속되고 강화돼야 합니다. 혁신성장을 촉진하도록 한편으로 지원하면서, 또 한편으로 규제를 혁파 또는 완화하겠습니다.

민주당은 국민 각계각층의 고통을 더 가깝게 공감하고, 더 정확히 대처하도록 쇄신하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청년과 여성이 당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하겠습니다. 정책위원회를 확대하고 활성화하겠습니다. 또한 민주당을 유능하고 기민하면서도, 국민 앞에 겸손한 정당으로 개선해 가겠습니다. 할 일은 하는 유능, 문제에 한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민, 어느 경우에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며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을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낙연 대표 성격 그대로 많은 내용을 꼼꼼하게 미리 준비한 것 같습니다. 이낙연 대표가 자신의 이러한 구상을 차근차근 현실로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해찬 전 대표가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에 남긴 당부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이낙연 대표와 나이가 같지만 1988년에 국회의원을 시작했습니다. 이낙연 대표보다 12년 정치 고참인 셈입니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32년 경력의 성공한 정치인만이 할 수 있는 지혜의 언어가 담겨 있습니다.

8월 28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씀티비(TV) 영상 갈무리
8월 28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씀티비(TV) 영상 갈무리

당은 민주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길 바랍니다. 당을 민주적이고 계파 이해관계와 관계없이 운영하고 개인의 의사가 아닌 시스템에 따라 일을 처리하며 사익보다 당과 국가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당은 자연적으로 안정됩니다. 민주적 운영과 안정적 운영은 같은 말입니다.

항상 선거에 임하는 마음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정당의 목표는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입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계속 소통하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해야 합니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공인의 자세를 늘 잘 지켜야 합니다. 공인이란 어항 속의 물고기와 같습니다. 누군가는 항상 보고 있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우리가 선거에 임해서 하는 것과 같이 평소에도 국민의 뜻을 살피고 열심히 준비한다면 선거 승리는 저절로 오게 될 것입니다. 선당후사, 선공후사의 뜻을 항상 깊이 새겨주시기 바랍니다.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민주정당의 당원으로서 개인의 의견을 가지고 당당히 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동시에 국민으로서, 당원으로서 국가와 당 전체에 옳고 유익한 일을 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히 지켜야 할 일입니다. 공당의 일원으로서 먼저 나라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다음에는 당과 진영을 위해서 어떤 것이 나은지 보고, 마지막으로 나 개인을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당 운영이란 머나먼 대양을 향해 큰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잔잔한 바다와 순풍을 안고 나갈 때도 있지만 때로는 거센 폭풍우와 큰 파도에 마주하기도 합니다. 큰 파도를 타고 넘어야 할 때도 있고 폭풍우와 너울을 뚫고 나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방향과 목표입니다. 지도부의 방향과 목표가 분명하고 뚫고 나갈 의지가 충만할 때 민주당이란 큰 배는 자잘한 파도와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마침내 목표한 항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 민주, 민생, 정의, 평화의 대한민국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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