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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가능성 낮은 대선전 개헌, 불씨 꺼지지 않는 까닭은?

등록 :2017-02-26 16:27수정 :2017-02-27 11:12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21
자유한국당·바른정당 개헌안 국회 발의 조짐
더민주 상승세 흔들 국면전환용 ‘카드’ 노림수
대선·국민투표 동시 추진…국민의당은 부정적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장과 각 당 간사들이 1월5일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홍일표 간사,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철우 간사 대리), 이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간사, 국민의당 김동철 간사. 이 위원장은 몇 차례 기자들에게 “다음달 2일 본회의에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특위 차원의 개헌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장과 각 당 간사들이 1월5일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홍일표 간사,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철우 간사 대리), 이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간사, 국민의당 김동철 간사. 이 위원장은 몇 차례 기자들에게 “다음달 2일 본회의에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특위 차원의 개헌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탄핵까지 이르게 한 박근혜 대통령 국정 사유화 사태의 원인은 ‘박근혜’라는 사람일까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제도일까요?

두 가지 모두입니다. 물론 사람의 문제가 더 큽니다. 제도에만 문제가 있었다면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다 국정을 사유화하고 탄핵당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탄핵 사유와 범죄 혐의를 살펴보면 볼수록 박근혜 대통령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입니다.

그렇다고 사람에만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 체제였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사유화할 수 있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탄핵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거의 예외 없이 지지도 하락과 레임덕으로 임기를 마쳤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학을 전공한 국내 학자들 사이에는 “이제 제도를 바꿔야 할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와중에 개헌론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이런 고민이 깊게 깔려 있습니다.그렇다면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옳고 개헌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문재인 전 대표는 잘못일까요?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는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독식하기 위해서일까요? 세상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개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세 부류입니다.

첫째, 정권교체에 반대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내줄 것 같으니 아예 판을 뒤집어엎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문재인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에 반대하는 정치적 경쟁자들입니다. 예를 들면 국민의당의 박지원 대표, 안철수 의원, 손학규 전 의원 등입니다.

셋째, 개헌을 꼭 해야 한다는 ‘소신파’들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강창일 이종걸 김두관 의원 등 ‘경제 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의원들이 그런 경우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세 부류는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 중에도 정권교체를 막기는 어렵지만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헌해야 한다는 ‘소신파’가 꽤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즉시 개헌을 하자고 무리한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개헌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개헌을 명분으로 집권연장용 정계개편을 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고 봐야 합니다. 바른정당의 김무성 의원이 그런 경우입니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가 ‘지금 즉시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는 개헌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계개편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번 대선 이후에 개헌을 추진해 2018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면 된다고 개헌 일정을 제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월 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지역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다음 정부 초반에 개헌을 하는 것이 순리”라며 “개헌 국민투표는 2018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월 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지역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다음 정부 초반에 개헌을 하는 것이 순리”라며 “개헌 국민투표는 2018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2월21일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토론이 열렸습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개헌에 대해 발제를 했습니다. 강원택 교수는 개헌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많은 분이 대선 전에 개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현실적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국회 내에서 모든 정당의 지지를 받으면서 이 사안이 처리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민주당에서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이게 선거 전에 치러질 수 있나. 두 번째로 충분히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가의 문제다. 정부 형태와 관련된 여론조사를 하면 조사마다 결과가 다르다. 사회적인 공론화가 충분히 안 된 상황에서 지금의 흐름은 정치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거다. 권력분산의 움직임에 대해 여전히 ‘대통령제’를 생각하는 국민이 다수라면, 또다른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단기적으로 개헌을 할 수 없다면 긴 안목에서 바꿔야 하는데 그럼 더 큰 문제가 당선된 대통령이 그걸 하려고 하겠는가, 이걸 어떻게 강제할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일정에 관련한 절차법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나오지만 어려운 문제다.요컨대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처럼 넓게 형성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이다.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 자리에는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을 맡은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도 참석했습니다. 이주영 의원은 대선 전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기와 관련해 , 대선 전 개헌 주장도 있고 , 대선은 일단 현행 헌법대로 치르고 이후에 개헌하자 , 예컨대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해서 이후에 추진하자는 주장도 있다 . 또 절충형으로 , 조기 대선에 개헌안 국민투표까지 붙여서 실시하자는 주장도 있다 . 국회 개헌특위는 이런 여러 갈래 주장들을 모두 수용하는 방향에서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가장 빨리해야 하는 준비가 대선 전 개헌이라고 보고 일단 거기에 맞춘 일정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 만일 대선 전에 잘 안 되면 또 그 뒤에 다른 추진 일정을 갖춰 가야겠지만 일단은 가능하면 대선 전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주영 위원장은 그 뒤에도 몇 차례 기자들에게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특위 차원의 개헌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잘 될까요?

잘 안 될 것입니다. 국회 개헌특위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주영 위원장이 개헌안 상정이나 의결을 밀어붙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의원이 흥미로운 사실을 귀띔해줬습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은밀히 개헌을 실제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헌특위를 거치지 않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아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헌법 개정안을 전격 제출해, 헌법 개정안 공고,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아 나가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일까요? 헌법 규정을 찾아보았습니다.

헌법 128조 1항은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개헌특위를 거치지 않더라도 자유한국당(94), 국민의당(39), 바른정당(32)만 손을 잡으면 165석으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습니다.

129조는 “제안된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130조 1항은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의원들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20일 동안 반드시 공고해야 하고, 또 6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개헌안이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을 수 있을까요? 개헌에 적극적인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의원 35명이 가세하면 200명이 되므로 국회 본회의 의결 정족수를 갖추게 된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김종태 전 의원의 당선무효로 299명입니다.

국회 의결을 거치면 국민투표를 해야 합니다. 헌법 제130조 2항은 “헌법 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개헌 추진파들의 생각은 4월 말~5월 초 대통령 선거 이전에 국회 의결을 마친 뒤 대통령 선거와 국민투표를 같이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은 현행 헌법에 따라 치르게 되지만 2020년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게 되면 19대 대통령의 임기는 3년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에는 몇 가지 결정적 허점이 있습니다.

첫째, 개헌을 추진하는 정당과 의원들이 권력구조에 대한 생각이 4년 중임 대통령제,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 등 제각각입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없습니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의원 35명 중에는 대선 전 개헌안 국회 의결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회 의결에서 이들이 개헌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혹시 국회 의결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무리한 개헌 추진으로 민심이 반발하면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면 두 선거가 상호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지도가 높은 대선후보가 개헌에 반대하면 국민투표가 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들의 정치적 자질에 대한 평가를 외면하고 개헌 찬반만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헌 추진파의 시나리오가 작동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 추진파의 시나리오를 순순히 받아들여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길뿐입니다.

가능할까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헌법 개정안 발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입니다. 왜 그럴까요? 헌법 개정안 발의만으로도 정국은 순식간에 개헌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궁지로 몰리고 있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으로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상승세를 꺾고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야 4당 원내대표가 1월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거제도 개혁 그리고 개헌'이란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원 의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원 의원, 주승용 국민의당,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야 4당 원내대표가 1월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거제도 개혁 그리고 개헌'이란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원 의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원 의원, 주승용 국민의당,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결국 열쇠는 국민의당이 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당이 가세하지 않으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재적 과반수를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손잡고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은 자칫하면 정치적 자살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들은 대부분 호남입니다.

국민의당 고위 당직자에게 개헌안 발의에 동참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당이 개헌안 발의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개헌안 발의가 현실적으로 과연 가능할까? 나는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물론 개헌에 소극적인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개헌 발의를 같이 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어떤 경우에도 정권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의 가능성도 사라진 마당에 개헌안 발의는 어려울 것이다.”

정통야당을 자부하는 국민의당이 범여권과 함께 개헌안을 발의할 수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입니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통령 선거 와중에 개헌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개헌, 과연 어떻게 될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언니가 보고 있다 53회_‘막다른 길’ 박근혜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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