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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일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유엔사 연병장에서 열린 독일의 유엔군사령부 가입 기념식에서 독일 국기가 미국, 한국, 유엔기와 함께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일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유엔사 연병장에서 열린 독일의 유엔군사령부 가입 기념식에서 독일 국기가 미국, 한국, 유엔기와 함께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간단한 퀴즈 하나 풀어보자.

(문제)경기 평택에 있는 유엔군사령부는 누구의 지시를 받을까?

①유엔사무총장 ②유엔안전보장이사회 ③미국 합동참모본부

1번과 2번을 택한 사람이 많겠지만 정답은 3번이다. 유엔사는 미국 합참의 통제를 받는다. 유엔군사령관은 미 합참을 통해 전략지침 및 지시를 수령하고 행정 및 군수지원에 한해 미 인도태평양사령관과 직접 의사소통한다. 많은 사람이 유엔사를 유엔의 군대로 생각하지만 현재 유엔사의 상부 지휘계통에는 유엔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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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독일이 유엔사령부(유엔사)에 18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독일의 유엔사 가입을 환영했고 신원식 국방장관은 한국과 유엔사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동반자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원래 독일은 2019년에도 유엔사에 가입하려고 했으나 한국 정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왜 반대했을까. 보수언론은 남북관계를 중시했던 문재인 정부가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는 북한의 눈치를 봐서 반대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당시 단순히 독일의 가입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유엔사 확대·강화를 집요하게 추진하던 미국의 요구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설명한다 .

미국은 2014년부터 유엔사 재활성화((UNC Revitalization) 프로그램을 통해 유엔사의 조직·인력·기능을 꾸준히 확대 강화했다. 유엔사,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는 법적 성격과 임무가 각각 다르지만 건물과 일하는 사람까지 거의 같았다.

3개 사령부는 2018년 6월까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에 있는 같은 시설을 지휘소로 썼다. 사람 또한 한미연합사 지휘부와 참모들이 유엔사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직책들을 대부분 겸직했으니 3개 사령부는 ‘한 지붕 한 가족’이었다. 3개 사령부가 경기 평택 미군기지로 옮기면서, 한미연합사가 별도 건물로 분가했다.

유엔사 구조는 지난해 6월 기준. 현재 유엔사 부사령관은 데릭 맥컬리 캐나다 육군 중장이다.
유엔사 구조는 지난해 6월 기준. 현재 유엔사 부사령관은 데릭 맥컬리 캐나다 육군 중장이다.

현재도 미국 육군 대장인 폴 라캐러라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 사령관과 유엔사 사령관을 함께 맡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유엔사령관은 한국군에게 유엔사 위상을 설명할 때 “하나의 나무 줄기에서 유엔사, 연합사, 주한미군사 라는 세 개의 가지들이 나왔다”는 비유를 들곤 했다.

미국이 유엔사 재활성화에 나서면서 주한미군 참모장이 겸직하던 유엔사 참모장에 별도 미군 장성이 임명됐다. 2018년부터는 유엔사 부사령관을 미군 대신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3성 장군이 맡고 있다. 유엔사 근무자도 30~40명에서 2~3배 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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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독일의 유엔사 가입 논란은 유엔사가 인원을 늘려 덩치를 불러가던 와중에 불거졌다. 미국은 2019년에 문재인 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유엔사에 독일군 연락장교를 파견받으려다 한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유엔사가 확대 강화되면 유사시 우리 편을 들어줄 우군이 늘어날텐데, 왜 문재인 정부는 제동을 걸었을까. 미국의 일방적 유엔사 강화가 한국의 외교·안보에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드리우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6월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 푸른색의 유엔기와 태극기가 걸려 있다. 유엔기는 지피가 유엔사의 시설이고 관할구역임을 뜻한다. 비무장지대의 물리적 현장 관리는 국군이 하지만 출입하는 모든 인원과 병력 통제권은 유엔사가 행사하고 있다. 육군본부 누리집
지난 2016년 6월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 푸른색의 유엔기와 태극기가 걸려 있다. 유엔기는 지피가 유엔사의 시설이고 관할구역임을 뜻한다. 비무장지대의 물리적 현장 관리는 국군이 하지만 출입하는 모든 인원과 병력 통제권은 유엔사가 행사하고 있다. 육군본부 누리집

그림자는 한국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 제약에 대한 우려다.

유엔사는 한국전쟁 때부터 행사하던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1978년 한미연합사로 위임한 이후, 힘이 확 빠졌다. 지금도 유엔사는 사령부 요원 위주이고 유엔사 경비대대(판문점 JSA 경비부대), 유엔사 의장대를 빼면 전투병력이 거의 없다.

유명무실하다는 이야기까지 듣던 유엔사가 재활성화를 통해 과거 전투사령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이 한국군에게 전시작전권을 이양한 뒤에도 유엔사를 통해 한국군을 통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주한미군과 한국군, 전시 전력을 제공해줄 모든 국가의 군대를 지휘 통제하여 중국과 싸울 목적으로 유엔군사령부 개편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유엔사 재활성화 작업에 이견을 드러내며 소극적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6월 국방부는 유엔사가 지향해야 할 중장기 단계별 요망전략을 담은 `유엔사 파트너십’을 유엔사에 통보했다. 여기에 담긴 전반적인 논리와 흐름은 유엔사 재활성화에 대한 공감보다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유엔사 재활성화 정책에 대한 경계심이었다. 당시 한국 국방부의 요구를 요약하면 유엔사가 새로운 역할보다는 `평시 정전협정 관리’와 `유사시 전력제공‘이란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의 가장 큰 고민은 유엔사가 확대 강화돼 한국작전구역(KTO) 범위를 벗어나 주변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한국작전구역은 한미연합사령관이 군사작전을 위해 한반도 주변에 선포하는 구역인데, 영해뿐만 아니라 공해도 포함된다. 유엔사의 활동영역이 한반도를 벗어나 아시아 태평양지역으로 확장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10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독일 정상회담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독일의 유엔사 가입 신청을 환영했다. 워싱턴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10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독일 정상회담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독일의 유엔사 가입 신청을 환영했다. 워싱턴 연합뉴스

박근혜·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유엔사 강화를 적극 환영한다. 지난 2023년 8월10일 윤 대통령은 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서 “유엔사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즉각 우리 우방군의 전력을 통합하여 한미연합사령부에 제공하는 등 대한민국을 방위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는 별도의 안보리 결의 없이도 유엔사 회원국의 전력을 즉각적이며 자동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것이 북한과 그들을 추종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종전 선언과 연계하여 유엔사 해체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6월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 기념행사’ 축사에서도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 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다고 말했다.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정책에는 비용과 효과가 동시에 존재한다. 윤 대통령은 유엔사의 빛만 보고 효과만 강조한다. 윤 대통령은 유엔사가 미국 합참의 지휘를 받는 조직, 미국의 이익에 충실한 조직이란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도 이 점은 알고 있어, 미국의 일방적 유엔사 재활성화에 소극적이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