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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오전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접수센터에서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교통약자법 개정안)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오전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접수센터에서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교통약자법 개정안)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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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30일 오전 9시, 3박4일의 기다림이 끝나는 시간입니다.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 복도에서 책상을 놓고 대기하던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좌진의 부축을 받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의 손에는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이라고 적힌 봉투가 들려있습니다. 의안 번호 ‘2200001’, 22대 국회 1호 법안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시각장애인인 서 의원과 그의 보좌진들은 ‘1호 법안’ 타이틀을 가지려고 지난 27일 오전 9시부터 3박4일간 대기했습니다. 보좌진들은 침낭을 놓고 교대로 돌아가며 의안과 앞 복도를 지켰고, 전날에는 서 의원도 직접 대기했습니다. 서 의원은 법안 제출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 장애계가 지하철 시위로 이동권 보장을 외친 지 어제로 600일차가 됐다”며 “장애계의 간절한 요구를 하루 속히 해결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며칠 동안 의안과 앞에서 대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서 의원의 법안은 기존의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을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으로 이름을 바꾸고,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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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교통약자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접수하기 위해 22대 국회 시작일 하루 전부터 의안과 앞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교통약자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접수하기 위해 22대 국회 시작일 하루 전부터 의안과 앞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1호 법안 타이틀을 아깝게 놓친 의원과 보좌진들이 법안 봉투를 손에 쥐고 줄줄이 의안과로 들어갔습니다. 북한 이탈주민이자 공학도 출신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연구생활장려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이공계지원 특별법 개정안 및 기업부설 연구소법 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그 뒤 박은정·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당론 1호 법안인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을 제출했습니다.

1호 법안 타이틀을 위한 밤샘 대기의 역사는 18대 국회에서 시작돼 4년마다 반복되고,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18대 국회에서는 개원 전날 밤 9시40분부터 간이의자에서 밤을 새운 이인기 무소속 의원 보좌관과, 새벽 1시30분부터 의안과 문고리를 잡고 대기한 이혜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결국 국회 의안과 직원들의 ‘제비뽑기 중재’로 이혜훈 의원의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면제법’이 1호 법안 타이틀을 가져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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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시간도 점점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19대에는 김정록 당시 새누리당 의원 보좌진이 68시간 동안 3교대로 밤을 새웠고, 20대 국회 박정 의원실은 74시간, 21대 국회 박광온 의원실은 무려 4박5일간 대기한 끝에 1호 법안 타이틀을 가져갔습니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당선자 쪽 관계자가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교통약자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접수하기 위해 앉아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당선자 쪽 관계자가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교통약자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접수하기 위해 앉아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1호 타이틀이 법안 처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21대 1호인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과, 20대 1호인 ‘통일경제파주 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경제특별 구역의 조성·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해당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19대 1호인 발달장애인 지원법, 18대 1호인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은 일부 내용이 반영된 대안으로 통과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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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역대 1호 법안 의원들은 “보좌진들이 법안 발의의 취지에 동의해 자발적으로 대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보좌관들의 속내가 그렇겠냐는 것입니다. 게다가 현직 의원이 아닌 당선자의 ‘예비’ 보좌진의 경우 개원 전까지는 아직 정식으로 임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무보수로 밤샘 대기를 해야 합니다. 과거 1호 법안 제출을 위해 밤샘 대기에 동원됐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기의 대부분은 결국 의원이 아닌 보좌진이 한다. 1호 법안 타이틀은 결국 의원 본인보다는 보좌진의 희생으로 획득되는 것”이라며 “뜻은 좋지만, 반짝 관심을 위해 보좌진을 동원하는 관행을 돌아볼 때도 됐다”고 말했습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