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의 신축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지난 23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의 신축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서 최대 15석까지 해볼만 하다.”

4·10 총선을 44일 앞둔 26일, 서울의 한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이번엔 서울에서 4년 전과 같은 ‘최악의 결과’는 면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흐른다. 2020년 총선 때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서울 지역구 49석 가운데 8석을 얻는 참패를 당했다. 2022년 3월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차지한 서울 종로(최재형 의원)를 포함해도 현재 서울 지역 의석은 9석에 불과하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양천갑 △마포갑 △중·성동을 △영등포을 △강동갑이 이번 총선에서 ‘탈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거론된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지지율 등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세가 높은 9~13위 지역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들 5개 지역구는 모두 단수 공천이 아닌, 경선을 거쳐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다.

5곳 가운데 양천갑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지역구는 2010년대 이후 뉴타운 사업과 재건축 등을 통해 대단지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곳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만큼 이른바 ‘꽃길’은 아니지만, 후보 경쟁력과 선거 판세에 따라 언제든 국민의힘 쪽에 표심이 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3인방이 출사표를 던진 중·성동을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3선인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경선 3파전을 벌이게 됐다. 지난 총선에선 박성준 민주당 후보가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4.69%포인트(5771표) 차이로 당선된 곳이다. 이 지역은 압구정동 건너편 ‘뒷구정동’으로 불리는 옥수동을 중심으로 서울의 신흥 부촌이 형성돼있다. 지역구 내 주요 아파트 개표 결과에서도 ‘부동산 계급 투표’ 특성이 드러난다. 지난달 기준 실거래가 27억원대(전용면적 134.13㎡)를 기록한 래미안옥수리버젠의 경우 당시 지상욱 후보 지지율(59.16%)이 중·성동을 지역구 아파트 투표소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민간임대아파트인 ㅅ아파트 투표소의 경우 박성준 후보 지지율(56.80%)이 지역구 내에서 가장 높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들 5개 지역구가 “‘한강 벨트’이자 ‘종부세 벨트’”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한 데 반발하는 ‘종부세 벨트’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2021년 당시 종부세 과세 기준(1주택자 기준)은 9억원 이상 아파트에 적용됐다. 엄 소장은 “(종부세를 도입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한정된 현상이었지만, (이후 뉴타운과 재건축 등이 추진된 결과) 이제는 ‘한강 벨트’로 다 확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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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28일 양천갑에서 맞붙는 비례대표 조수진 의원과 구자룡 비상대책위원의 2차 경선 결과를 발표한다. 잎서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1차 경선에서 탈락했다. 민주당 현역인 노웅래 의원이 공천배제(컷오프)된 마포갑에선 ‘시대전환’ 출신인 조정훈 의원과 신지호 전 의원이, 영등포을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박용찬 전 당협위원장이 경선을 치른다. 강동갑은 비례대표인 전주혜 의원과 윤희석 당 선임대변인이 경선에 올랐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