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일관계 발언 변화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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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28일 일본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을 선언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선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는 점, 위안부 제도는 일본 정부에 의한 ‘국가 범죄’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추궁하지 못하고 쉽게 양보를 해버린 점 등 이 문제의 ‘내부 논리’만을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 합의로 미·일이 경계해 온 ‘중국 경사’에서 벗어나 결국 한-미-일 ‘3각 동맹’에 흡수되는 외교정책의 대전환을 이뤘다는 점에 주목하면, 이번 합의의 진정한 의미를 추정해 볼 수 있다. 2013년 3·1절 경축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밝혔던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하지 않은 아베 담화를 수용했다. 이어 11월2일 한-일 정상회담에선 위안부 문제를 ‘(한-일) 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아사히신문>은 30일 박 대통령이 8월 아베 담화를 수용한 것에 대해 한 외무성 전직 관료가 “이런 무례한 담화를 받아들이는가”라고 놀라움을 나타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합의는 한-일 관계의 발전을 가로막아 온 위안부 문제를 제거해 본격적인 한-일 군사협력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합의가 매우 미묘한 군사외교적 의미를 가진다는 점은 미·일 양국도 공감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28일 “(이번 합의로) 일-한 그리고 일-미-한의 안보협력도 전진할 소지가 생겼다고 생각하며 동북아 지역의 안보 현상을 생각하면 일본의 국익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해 온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우리는 이번 합의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두 동맹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양국과 경제 및 안보 협력 등을 포함한 지역적·세계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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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양국이 한국 등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다양한 3각, 다각동맹을 추구해 간다는 것은 올해 4월 미·일이 합의해 개정한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미국의 상대적인 쇠락과 중국의 부상이라는) 체제 변동에 대해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로, 한국은 대중국 접근을 통한 균형외교로 서로 다르게 대응했다. 그러나 올해 11월2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양국이 같은 배를 타게 됐다. 그런 이상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번 합의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일 군사협력은 확대되어갈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8일 양국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특히 안전보장 측면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이 “안보협력은 이후에도 이어가고 싶다”고 화답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가 앞으로 해외에서 군사행동에 나설 때 한·일이 협력할 수 있도록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의 체결을 추진해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 당국자는 “이들 협정을 얘기하긴 아직 이르다. 위안부 합의도 이행 사항을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국민 여론 등 상황이 성숙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검토하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