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자로 나섰다. 김 부부장은 이날 공개 연설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역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았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누리집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자로 나섰다. 김 부부장은 이날 공개 연설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역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았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누리집 갈무리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정책 기조인 ‘담대한 구상’을 정면 거부했다. 또 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함께 군 당국의 대북 정보능력까지 깎아내리는 등 강도 높은 대남 비난전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로 된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내어 “남쪽 동네에서 우리의 반응을 목 빼들고 궁금해 하기에 오늘 몇 마디 해주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밝힌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담화는 전날 발표된 것으로, 대외용인 통신뿐 아니라 대내용인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서도 공개됐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윤 대통령의 광복절 77주년 경축사 내용을 거론하며, “이번에 윤석열은 온통 ‘공산세력과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공산침략에 맞서 자유세계를 지키기 위한’ 것 따위의 궤변과 체제대결을 고취하는 데만 몰념하였다”며 “할 말이 그렇게도 없었거나 또 하나마나한 헛소리를 했을 바에는 차라리 입을 옹다물고 있는 편이 체면을 유지하는데 더 이로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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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로 발표된 대남 담화문. &lt;조선중앙통신&gt; 누리집 갈무리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로 발표된 대남 담화문. <조선중앙통신> 누리집 갈무리

특히 그는 “가장 역스러운 것은 우리더러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넘게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을 줄줄 읽어댄 것”이라며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 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앉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동시에 겨냥한 셈이다.

김 부부장은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리워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 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지, 또 북남관계를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평할런지도 전혀 개의치 않았으니 그 나름대로의 ‘용감성’과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에 의아해짐을 금할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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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담대한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며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을 옮겨 베껴놓은 것도 가관이지만, 거기에 제 식대로 ‘담대하다’는 표현까지 붙여놓은 것을 보면 진짜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또 김 부부장은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며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 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는가. 아직 판돈을 더 대면 우리의 핵을 어째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부질없는 망상에 사로잡혀있는 자들에게 보내줄 것은 쓰거운 경멸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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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우리 경내에 아직도 더러운 오물들을 계속 들여보내며 우리의 안전환경을 엄중히 침해하는 악한들이 북 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과 ‘의료지원’ 따위를 줴쳐대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민의 격렬한 증오와 분격을 더욱 무섭게 폭발시킬 뿐”이라며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주장했다. ‘더러운 오물’은 대북 전단을 뜻하는 것으로, 북쪽은 이미 코로나19 창궐의 원인으로 이를 지목한 바 있다.

특히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남북관계 단절까지 예고했다.

한편,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던 지난 17일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 2발과 관련해 “우리의 무기시험 발사지점은 남조선 당국이 서투르고 입빠르게 발표한 온천일대가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시의 ‘금성다리’였음을 밝힌다”며 “ 늘쌍 한-미 사이의 긴밀한 공조 하에 추적감시와 확고한 대비태세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외우던 사람들이 어째서 발사시간과 지점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지, 무기체계의 제원은 왜 공개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고 비꼬았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 17일 오후 “오늘 새벽 북한이 평남 온천비행장 인근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연합자산을 통해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도발은 다 같은 도발이지만, 아주 심각한 정도라곤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이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고 바로 해석하기는 좀 이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