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부터)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2월12일(현지시각) 하와이 아태안보연구소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3자 회의를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부터)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2월12일(현지시각) 하와이 아태안보연구소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3자 회의를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정부의 ‘한·미·일 3국 합동군사훈련 제안’에 대한 대응 문제가 정권교체기 한국 정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3국 군사훈련’은, 북한·중국·러시아 등 동북아 주변국과 한국사회 내부에 한·미·일 3국이 지금까지의 외교·안보 협력을 훌쩍 뛰어넘어 ‘3각 군사동맹화’라는 오랜 ‘금지선’을 지우려는 전략적 밑돌 놓기에 나선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3국 군사훈련에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데에는 외교안보 전략 차원의 고려와 함께 국내 정치적 파장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고 고위 외교소식통들은 말했다.

우선 외교안보 차원에서 한·미·일 군사훈련 실행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적 적대·갈등을 불러올 위험이 크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광고

고위 외교소식통은 “3국 군사훈련을 한반도 서해 쪽에서 하면 중국이, 동해 쪽에서 하면 러시아가 반발할 것”이라며 “3국 군사훈련은 한국을 중·러와 군사적 갈등에 휘말리게 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외교소식통이 “한·미·일 3국 협력은 강화해야겠지만 외교를 넘어 순군사적 성격으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면 문제의 성격이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달라진다”고 짚은 까닭이다.

둘째,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의 합동훈련에 대한 한국사회의 ‘일제 강점 36년’이라는 역사에 뿌리를 둔 강한 거부감도 정부의 선택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고위 외교 소식통들은 “자위대와 합동훈련은 외교안보적 고려 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적 파장을 염두에 둬야 하는 역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냉전기를 포함해 한국의 역대 어느 정부도 일본 자위대와 한반도 수역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함께하지 않은 까닭이다. 다만 제주도 남쪽 해역에서 인도적 차원의 재난구조훈련을 한국군이 미군 및 일본 자위대와 함께한 사례는 있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재난구조훈련과 순수한 군사적 성격의 합동군사훈련은 동북아 역내 지정학과 정세에 끼칠 영향이 전혀 다르다”이라고 짚었다.

광고
광고

고위 외교소식통은 “미국보다 일본 쪽이 3국 군사훈련에 더 적극적”이라며 “일본 쪽은 북한을 빌미로 미·일의 중·러와 대립·갈등 구도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듯하다”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한·미·일 3국 합동군사훈련은 없다”(고위 외교소식통)는 방침이 확고하지만, 문제는 5월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광고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기간 미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한·미·일 3자 간 안보 공조 활성화”를 강조했다. 더구나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위원에 “일본이 한반도 유사 사태에 개입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은 평상시 대북억지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발탁했다. 윤 당선자 스스로도 지난 2월25일 제2차 법정 텔레비전 토론에서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동맹은…”이라고 말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한·미·일 3국 군사훈련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인수위 쪽 반응은 신중한 편이다.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관계자는 “한·미·일 3국 군사훈련은 안보 협력을 넘어 군사협력 단계로 넘어가는 거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도 “정보 공유 등 협력은 할 수 있겠지만 군사훈련은 앞으로도 쉽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