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7일 민간인의 잇딴 기지 무단 침입과 관련해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박한기 합참의장, 서욱 육군참모총장,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어 이렇게 말했다.
정 장관은 회의에서 “지난해 북한 소형 목선 상황이 발생한 뒤 다시는 경계태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여기 모인 군 수뇌부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시 한번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계작전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보완하고 작전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 장관은 △기지 및 주둔지에 설치된 감시장비 등 제반 경계작전 시설과 장비 점검 및 보완 △경계작전 병력 운영의 최적화·효율화 △주기적인 상황 보고 및 초동조처 체 계 점검 및 훈련 △장병 대상 정신적 대비태세 확립 등을 각급 제대 지휘관들에게 주문했다.
정 장관은 이날 전 부대에 내려보낸 지휘서신(제10호)에서도 “현행 경계작전에 소홀함이 있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경계작전은 우리 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라며 “기본이 흔들림 없이 튼튼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에서는 올 들어 3건의 민간인 무단 침입이 확인됐다. 16일 술에 취한 한 남성(57)이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 울타리 아래 땅을 파고 진지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7일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활동가 2명이 철조망을 절단하고 들어가 2시간 가까이 기지 안을 배회했다. 지난 1월3일에는 정신질환을 앓는 한 남성(73)이 진해 해군기지 정문을 버젓이 통과해 1시간30분가량 기지를 돌아다녔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