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21일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측 조문 사절단이 국회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 헌화
2009년 8월21일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측 조문 사절단이 국회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 헌화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10일 밤 별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이희호 이사장은 2000년 6월 처음 열린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대통령과 함께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고 2011년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시에는 조문단을 꾸려 방북했다. 이희호 이사장은 상주인 김정은 당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 조문했던 인연이 있는 만큼 북한이 이희호 이사장의 장례에 참석할 조문단을 파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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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호 이사장, 김정일 사망 때 조문차 방북…김정은 만난 인연

이희호 이사장은 지난 2011년 12월26∼2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방북했다. 당시 조문단은 큰 며느리와 두 아들, 장손 등 가족 5명을 비롯해 수행원과 주치의, 경호원 등 실무진 8명으로 꾸려졌다. 당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조문단도 이 이사장과 동행했다. 이희호 이사장과 현정은 회장 등 조문단은 김정일 위원장의 주검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상주인 김정은 당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 조의를 표시했다. 남쪽 인사가 김정은 부위원장을 만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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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희호 이사장과 현정은 회장 일행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전에 묵상하고 영구를 돌아봤으며 김정은 부위원장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정은 부위원장은 조문단에 “깊은 사의를 표하였다”고 <중통>은 전했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이 이사장에게 “멀리서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이희호 이사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서 영면하셨지만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 하루속히 민족통일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조의록에 남겼다.

이희호 이사장이 조문 차 방북했을 때, 북한이 남쪽 조문단 일행에게 극진한 대우를 해줘 화제가 된 바 있다.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북쪽 통행검사소에 미리 나와 조문단 일행을 영접했고, 국가수반인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희호 이사장 등 조문단 일행과 방북 이틀째 만수대의사당에서 만나 면담했다. 북한은 조문단 일행의 숙소를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묵었던 백화원초대소에 마련해주기도 했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북한이 “파격 대우”를 했다며 6·15 공동선언 등 기존 남북 협력선언과 관련한 대남 메시지를 던지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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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DJ 서거 때 ‘김정일 명 받은’ 특사 조문단 파견

북한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에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다.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 비서를 비롯해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하 아태위) 실장, 맹경일 아태위 참사 등 6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특사 조의방문단’이라는 이름으로 고려항공 직항기로 8월21일 오후 김포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조문한 뒤 2박3일 동안 서울에 머무르며 남쪽 인사들과 접촉했다. 애초 1박2일이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이 잡혀 하루 연장됐다. 당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원로들을 만나 “우리는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로 왔다. 북남관계 개선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누구든 만나서 모든 분야에서 톡 까놓고 솔직하게 얘기하자”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2009년 당시 북한의 특사 조의방문단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여, 김정일”이라고 적힌 띠가 달린 화한을 평양에서 직접 가져왔다. 조문단은 방남 첫날 조문을 한 뒤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나 10여분 동안 면담했고, 그 이후에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이사장을 만났다. 조문단장을 맡았던 김기남 비서는 이희호 이사장에게 “김 전 대통령께서 생전에 민족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 김 전 대통령께서 하셨던 일을 유가족이 잘 이어나가시길 바란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북쪽 조문단은 방남 이튿날 이명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나 면담한 뒤 평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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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문단이 방남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이희호 이사장의 발인은 14일이고, 북유럽 3국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16일 귀국하기 때문에 시차가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