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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북한

통일부, 대통령 지침 어기고 독단적 대북 협의 ‘항명 파문’

등록 :2018-08-06 15:18수정 :2018-08-07 00:35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 직급 관련해
‘차관급’ 정부 방침 어기고 ‘실국장급’ 북에 통보·협의
소식통들 “92년 훈령조작사건 연상케 하는 중대 사태”
통일부 “전혀 사실 아니다” 부인
조명균(왼쪽)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왼쪽)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 합의 사항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공동사무소)의 남쪽 소장 직급을 두고 통일부가 대통령의 지침과 어긋나게 북쪽과 독단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예상된다. 통일부가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정부 공식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면 사실상 ‘항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관계기관은 이미 관련 기초 사실 관계를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사정에 밝은 여러 소식통들은 “정부는 7월초 남북정상회담 이행추진위원회(위원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를 열어 공동사무소 소장을 차관급 정무직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아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았는데 통일부가 이후 북쪽과 협의 과정에서 ‘남쪽은 초대 소장을 국실장급으로 하기로 했으니 북쪽도 이에 맞춰 달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여러 소식통들은 “이는 1992년 남북고위급회담 때 이동복 회담 대표의 ‘훈령 조작 사건’을 연상케 하는 있을 수 없는 사태”라고 비판했다.

92년 남북회담 ‘훈령 조작’…제2의 이동복 이제 없을까 https://goo.gl/cXoAeB

정부 안팎의 여러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태의 요지는 이렇다. 공동사무소 구성·운영과 관련해 애초 통일부는 소장을 국실장급(고위공무원단 가 또는 나급, 1·2급)으로 하는 안을 마련했다. 소장을 정무직으로 하려면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해 국실장급 소장이 불가피하다는 게 통일부 안의 핵심 근거였다. 하지만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공동사무소 소장은 대통령의 뜻을 남북 소통 과정에서 오해 없이 정확하게 전달·집행해 관계 개선의 속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자리이니 정무직을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세를 얻었다. 정부는 공동사무소장 직급을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을 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차원에서 논의·조정해 ‘차관급 정무직’으로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대통령한테 보고해 7월 초중순께 승인을 얻었다.

그런데 통일부는 이후 북쪽과 협의 과정에서 통일부의 애초 안을 정부의 공식 방침인 것처럼 포장해 독단적으로 협의했다고 한다. 공동사무소 청사로 쓸 개성공업지구 안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등의 개보수 작업을 개성공단을 오가며 실무적으로 총괄해온 통일부 간부가 북쪽 협의 상대인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한테 ‘남쪽은 소장을 국실장급으로 한다는 방침이니 이에 맞춰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관계기관은 최근 이 통일부 중간 간부를 상대로 한 기초 조사 과정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지침에 따라 그렇게 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요컨대 정부 공식 방침과 어긋난 통일부의 대북 협의는 조 장관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통일부는 “관련된 모든 사안을 유관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왔다”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세부 구성 및 운영 문제는 현재 북쪽과 협의 중에 있는 사안으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통일부의 이런 독단적 대북 협의 사실을 파악한 뒤, ‘공동사무소장은 차관급으로 한다는 게 정부 공식 방침’이라고 북쪽에 새로 알리고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 사실관계의 전모가 최종적으로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통일부가 정부 공식 방침과 어긋나게 독단적으로 대북 협의를 했다면, 더구나 그것이 조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중대 사태”라고 짚었다. 그는 “정책 수립 단계에서 정부 내부의 이견은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도 있지만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사안을 자의로 뒤집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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