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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북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뭐가 문제인가’ 송민순 전 외교장관-문정인 교수 대담

등록 :2014-11-12 20:25수정 :2014-11-12 22:00

문정인 연세대 교수(왼쪽)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알렌관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문정인 연세대 교수(왼쪽)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알렌관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정인 “전작권 환수땐 핵·미사일 대응 못한다? 말이 안돼”
송민순 “미국에 전작권 맡기는 건 북한정권 돕는 일”
한-미는 지난달 23일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재연기했다. 날로 위협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사실상 전작권 전환 무기 연기이며 전작권 포기 선언이라는 비판이 많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의 배경과 의미 등을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와 함께 짚어 보았다. 좌담회는 지난 5일 연세대 알렌관에서 1시간 반 남짓 열렸다. 사회는 박병수 선임기자가 맡았다.

문정인 교수
“환수와 관계없이 미국은 핵우산 제공
그렇지 않으면 한국도 핵무장할테니”

송민순 전 장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불가능
군대 지휘도 못하는데 평화 약속 먹히겠나”

사회(사) 전시 작전권 전환 또는 환수 재연기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환수 안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다면.

송민순(송) 우선 개념 정리부터 하자. 전시작전통제권이 아니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이 아니라 사실상 평시와 전시를 통틀어 한국군 전체에 대한 작전권을 행사한다. 미국이 1994년 평시와 전시를 나눈 개념을 썼던 건, 1979년 12·12와 1980년 5·18 때 한국군이 미군의 통제를 벗어나 국내 정치에 개입한 데 대한 조처였다. 평시에도 미국의 지휘를 받는 한국군 부대가 그런 활동을 한 것은 미국이 용인했기 때문 아니냐는 비난을 받게 되자, 억지로 평시 작전권과 전시 작전권을 나눈 것이다. 하지만 실제 군사 개념상 평시와 전시는 구분될 수 없다. 평시에도 작전계획의 수립, 지휘통제시스템 운용, 위기관리 등 핵심적인 작전권은 ‘연합권한위임’(CODA)라고 해서 미군이 실질적으로 행사한다. 평시와 전시를 구분해서 상황을 호도해선 안된다.

문정인(문) 전작권을 환수하면 핵과 미사일 같은 비대칭 전력에 대응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 2009년 6월 도입된 확대억제 개념엔 미국이 전작권 환수와 무관하게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돼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어, 미국도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서 우리가 작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 미국은 일본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군대에 대해서도 작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또 북한 핵무기에 대해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으면, 한국, 일본, 대만 등 모두 핵무기를 가지려 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핵심적 안보이익인 핵비확산조약(NPT) 체제가 무너지게 된다. 그걸 막으려면 미국은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핵우산과, 한미동맹, 미군주둔 등을 모두 작전권과 곧바로 연동시키는 잘못된 계산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미연합사가 있어야 유사시 효율적인 한-미 연합 방위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논리도 있다.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면 한국군 사령부와 미군 사령부를 병행 사령부로 한다는 게 노무현 정부 때 기본 논의였다. 작년 5월쯤 미국 쪽 관계자들과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한국군이 주력군이 되고 미군이 지원군이 되는 것이므로, 당연히 65만 대군을 가진 한국군이 사령관을 해야 하고, 그리고 2만7천명을 가진 미군이 부사령관을 하는 것 아니냐, 왜 미국은 미국만 사령관 해야 하느냐고 했다. 미국 쪽도 상당 부분 동의했다. 나중에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연합사령부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을 개입시키려면 미군이 전작권을 갖고 있어야 하고 한미연합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바로 인계철선이고 인질외교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유사시 ‘작전계획 5027’에 의해 미국이 지상군 69만명, 전투기 2200대, 5개 항공모함 전투단 등을 한반도에 보내기로 돼있는데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면 들어오지 않는다? 웃기는 소리다. 작계5027은 대북억지를 위한 태평양사령부에서 만든 전구 수준의 작전계획일 뿐이다. 그만큼 병력이 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 시점에 미국의 전반적인 분위기, 미 의회의 상황, 중국의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지,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러면 가장 두려운 건 유사시 미군이 참전결정을 하지 않고 떠나버릴 가능성이다. 그것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안보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데, 그건 더욱 어려운 상황 아닌가.

나토는 사령관이 단일 지휘체계를 유지한다는 사례를 들기도 한다. 전세계에 단독방위를 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고 대부분 동맹체제로 방위를 하는데, 효율적 지휘체제는 연합 지휘체제가 아니냐는 얘기다.

나토 28개 회원국 병력 가운데, 미국이 사령관으로 있는 나토사령부의 병력은 10%도 안된다. 자국 병력은 모두 독자적인 작전지휘통제권 행사하고 있다. 우리하고 다르다.

한-미 연합방위체계는 개념상 미군이 사령관, 한국군이 부사령관을 맡아 미군 밑에 한국군이 들어가는 걸 연합이라고 부른다. 1950년 이후 64년 동안 이런 식으로 단일지휘체제를 꾸려왔지만, 이건 정상이 아니다. 한 나라 군대가 다른 나라 군대 하부구조로 들어가는 게 정상이면, 다른 나라도 다 했을 것이다. 작전권 전환은 미군과 한국군이 종적 관계에서 횡적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60여년 지금 방식에 적응했으니 수직적 관계를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희생하는 게 너무 많다. 첫째, 국가 최고통수권의 핵심을 다른 나라가 행사하도록 해야 하고, 둘째, 군의 작전·군수·인사 기능 가운데 핵심인 작전을 미군에 맡기면서, 한국군은 계속 약체 군대로 남게 된다. 셋째, 미국이 작전지휘권 행사하면 한반도는 북한이 원하는 북-미 구도로 고착된다. 넷째,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으로부터 계속 경시당한다. 마지막으로, 한-미 간에 이익이 충돌해 조정을 해야 할 때 계속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게 된다.

1978년 한미연합사가 창설된 배경에는, 1977년 1월 지미 카터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에 주한미군 전면철수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던 일이 있다. 당시 화들짝 놀란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모든 외교적 노력을 총동원해서 만든 게 한미연합사였다.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면 미군이 자동개입할 수 있도록 했고, 그에 대비해 미군 65만 지상군 등이 파병된다는 작계 5027도 갖춰졌다. 그렇게 하면 미군이 한국군보다 숫자가 많아서 연합사령관은 미군이 해도 좋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작계 5027은 불가능하다. 2003년 부시가 이라크 침공할 때 14만명을 동원하는 데 7개월 이상 걸렸다. 다시 2만명을 증원하는 데 엄청난 정치적 어려움이 있었다. 이게 오늘날 미국의 현실이다. 현재 작계 5027에 제시된 건 이미 상징적 수치가 됐다. 미국이 한미연합사령관을 맡는 건 제도적 관성일 뿐,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지상군을 대량 투입할 가능성은 아주 작다.

전직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 얘기인데, 그는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65만 한국군을 자기가 주요 전선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했다. 미국도 한국도 모두 민주주의 체제인데, 이를테면 평양 지구에 한국군 어떤 사단을 투입했다가 몇 천명 전사자가 발생한다면 그걸 누가 책임지느냐는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악몽이라고 했다. 그 책임을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물을 건가, 미국 대통령에게 물을 건가? 그건 군 통수권을 가진 대통령이 가져야 하는 책임이다.

현 상태로는 북한이 도발을 한다 해도 우리가 군사기술적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게 불가능하다. 예컨대 연평도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 우리가 원점타격을 하려고 해도, 미국이 하라 마라 하기도 전에 우리가 이미 능력이 없다. 훈련이 안 돼있다. 작전통제는 육·해·공군이 함께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군은 최대 군단 이상의 작전을 할 수가 없다. 육군 안에서도 작전이 안되는데, 육·해·공군 합동이 되겠나. 설령 어떻게 우리가 원점타격을 한다 해도, 뒤이어 북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우리가 수위를 높여 대응할 준비도 안돼 있다. 대결이 격화돼 데프콘이 상향 조정되면 전시 작전권으로 넘어간다. 한국이 아닌 미군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한다. 미군이 연평도 하나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불사하겠는가.

작전권 전환은 1988년 8·18 계획(합참의장에 군령권을 부여한 개혁안) 때부터 국방계획에 의해 단계적으로 준비를 했다. 2003년부터 검토를 통해 작전권 전환 협의에 들어가면서, 2006년 을지연습 때부터는 ‘한국합동지휘통제시스템’(KJCCS)을 세워 실제 한국군이 육·해·공군을 통합·통제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했다. 그런데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작전권 전환 연기 결정을 내렸다. 당시 국방부가 낸 성명을 보면, 첫째 한국군은 작전지휘권 전환을 충실히 준비해 왔고, 둘째 한국군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셋째 전환을 연기한 건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작전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가 주권 의식과 자존심을 바탕으로만 추진했던 게 아니다. 미국도 1991년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을 세우면서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 정상화를 추진했다. 한·미 공동의 필요와 판단으로 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작전계획을 한국군이 주도하는 연습을 하면서 모자라는 부분을 미국이 정찰, 감시, 정보자산 등을 보완해 준다고 했다. 글로벌 호크를 사오기로 결정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렇게 준비를 하다가 2009년 기점으로 전작권 환수를 연기하면서 미국 없이는 안된다는 패러다임이 다시 군에 퍼진 것 같다. 독자적인 전쟁수행능력을 갖기보다 미국에 더 의존적이 된 것 같다.

국방부는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이 마련되는 2020년대 중반쯤 전작권 환수가 가능할 거라고 얘기하는데?

이번에 합의한 내용만 보면, 북한이 붕괴하기 전엔 가져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동북아에서 안정적 안보환경이 돼야 한다면서,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한반도 역내 안정적 안보환경, 연합방위주도능력 등의 조건을 얘기하고 있다. 이건 요원한 일이다. 북의 핵·미사일은 지상발사에서, 해상발사, 공중발사, 그 외 다른 이동발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에 대한 대응 능력은 결국 창과 방패로 끝없이 돌고 도는 얘기가 될 것이다. 역내 안정적 환경이라는 건 결국 미-중 관계인데, 미-중은 아시아에서 협력과 대결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연합방위주도능력에 대해서는, 내가 2006년 청와대 안보실장 시절 미군 고위 지휘관과 협의한 바가 있다. 그는, 첫째 한국군이 나토 국가들의 군사력보다 나으면 나았지 모자랄 게 없고, 아무리 늦어도 2009년이면 한국이 충실히 작전지휘권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조건은 한국군과 미군이 자리를 바꿔 한국군이 운전석에, 미군이 조수석에 앉으면 되는 건데, 한국군, 특히 퇴역 장성들이 미군이 조수석에 앉는 게 아니라 차에서 내려버리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미국은 작전지휘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한-미 공동의 안보 이익 때문에 주둔하는 거라고 했다. 셋째, 한국군 전·현역 장성들은 한국군이 마치 미군과 같은 하드·소프트웨어를 가져야 작전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전세계에 미국 외에 자기 나라 군 을 지휘통제할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

냉전 시절 미-소는 ‘합리적 충분성’, 곧 합리적으로 충분한 억지력을 갖출 때까지 무기를 늘린다며 군비 경쟁을 벌였다. 그건 영원한 군비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군과 똑같다. 현재 군이 제시하듯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없어지고, 우리 연합방위능력이 증강되고, 동북아 전구가 안정적이 된다는 조건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이 필요없게 된다. 자연히 전작권 전환이 문제가 될 수가 없다.

우리가 전작권을 가져와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다. 한국이 독자적 전쟁수행능력이 있고,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했을 때 즉각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지휘통제권을 가지면, 북한이 마주해야 할 평화협상 상대는 미군이 아니라 한국군이 되는 것이다. 전작권을 가져와도 한미동맹이란 큰 틀이 있기 때문에 비대칭 위협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그러면서 북한에 우리와 얘기하자고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돼야 남북 간에 진정한 군사 신뢰군축, 군비통제, 심지어 군축도 가능해진다. 그러지 않고 계속 미국에 외주를 주면, 북으로선 미군의 괴뢰군인 한국군이 아니라 미군과 직접 얘기하겠다고 할 것이다. 과거 60년처럼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하겠다고 할 것이다.

작전지휘통제권을 안 가져오고 연기하는 건,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정권을 돕는 것이다. 북한 체제에서 통치의 기본은, 한반도 주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며, 온전한 주인이 되려는 걸 방해하는 미제를 물리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작전권을 계속 갖는 건, 이런 북한이 바라는 ‘조-미(북-미) 구도’에 딱 들어맞는다.

미국은 왜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받아들였을까? 2006년만 해도 전략적 유연성을 말하면서 한국 쪽에 넘기려고 했는데?

2003년 로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이 전략적 유연성 논리를 펼치며 대테러전을 진행했다. 미 본토와 전세계 4개의 전구에서 테러리스트와 싸우기 위해, 미군을 경량화·소형화·기동화시켜 신축적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한반도 붙박이’인 주한미군이 전략적 부담인 와중에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간다 하니 미국이 당연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의 부상 때문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전략적 유연성이 불가피하다. 어디든 신속 배치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배치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선 작전권을 계속 갖고 있는 게 도움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전환이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다. 한국이 어떤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작전권을 행사해달라고 매달리니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중국 때문에 한-미-일을 묶어놔야 하는데, 한국군에 대해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게, 미-일 공동방위체계 밑에 한국군을 넣어 유지시킬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문정인 교수
문정인 교수
중국의 부상이라는 위협을 인식하면서 전개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결국 동북아에서 한-미, 미-일 동맹의 강화와 한미일 3국 군사 공조의 심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2015년에 전작권을 환수한다던 한국이 연장해달라고 한 건 미국으로선 호재였다. 사드(고고도미사일요격체계·THAAD) 같은 걸 평택에 배치하기도 쉬워졌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증가시킬 명분도 얻었다.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도 이번 기회에 다시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얻을 수 있는 반대급부가 많아진 것이다. 환수 시기를 특정하게 못박지 않고 무기한으로 해놓은 것도 중국의 부상과 맞아떨어진 부분이다. 한국의 단견적, 근시안적 안보 이익과 미국의 중장기적 안보 이익이 맞아떨어져서 이번 무기한 연기가 이뤄졌다.

미국은 연 500억달러 이상 국방예산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분야는 결국 무기구매 축소인데, 그렇게 되면 미국의 방위산업업체는 미 의회와 군에 대한 로비를 통해 보충을 해야 한다. 보충할 수 있는 건 일본과 한국이다. 결국 사드 문제는 군산복합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작전지휘가 유지되는 한, 무기 배치나 운용 등도 기본적으로 미국이 권한을 갖는다. 외교적 사항 때문에 한국에 민감한 무기를 가져올 땐 통보를 할 뿐이다. 이렇듯 복합적인 배경에서 미국은 작전권 환수 재연기를 받아들였다.

송민순 전 장관
“한반도 주인되기 위해 미제 물리치자는
북 통치 논리에 들어맞는 상황 이어져”

문정인 교수
“재연기 탓에 무기 35조~40조 구매해야
정부는 평화 말하면서 억제·방어에 치중”

그럼 전작권 환수 재연기로 우리가 치러야할 대가 같은 게 있다면.

우선, 걱정스럽지만 우리 군이 지금처럼 개혁없이 현상에 안주할 수 있다. 또 군은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무기 구매 등 예산 확보의 근거를 만들 수 있다. 사용허가도 나지 않는 신예 무기를 자꾸 들여오는 셈이다. 북한을 때리기 위해선 미국이 ‘그렇게 하라’고 지시와 허락을 해야 한다. 우리는 그 권한도 없는 장비를 계속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 훨씬 강하고, 한국의 방위력은 제약됐으며, 미국의 도움 없이 한국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전작권 환수 재연기가 다행한 일이겠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다행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언론 보도를 보면, 전작권을 환수할 때까지 우리가 획득해야 할 무기들이 △PAC-3·글로벌호크 등 장거리공대지 미사일(17조)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1조) △차세대 다연장로켓포(3조) △F35K 도입 (7조3천억) △K-FX 개발사업(18조) △이지스 3척 추가 건조 및 3천t급 잠수함(6조) 등으로 모두 35~40조가 필요하다. 그뿐 아니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에 들어가는 모든 자산을 구비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간다. 이게 한국적 현실에 맞느냐는 논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라는 건, 결국 한국에서 가장 부정적인 형태의 현상 유지다. 군사적 긴장이 있으면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인데, 억제와 방어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는 정책적 패착이다.

동북아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미-일을 군사적으로 묶어 해양-대륙 간 대립을 고착화시키게 될 것을 우려한다. 그중에서도 작전권과 미사일방어체계(MD·엠디)는 연동돼 있다. 엠디는 미-중 대립 상황에서 한국이 최전선에서 부동자세로 경계서는 것과 같은 것이다. 1983년 소련이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미사일 탐지 레이더를 세우자,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많은 수단을 동원했다. 지금 미사일방어의 핵심 요소인 이 레이더를 한반도에 세운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우리 국가의 미래에 맞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가장 큰 걱정은 중국과 관계에서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중국에 가서 얘기를 들어보니, 전작권 환수 재연기의 대가로 한국 정부가 평택에 사드 배치를 허용해줄 거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며,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여기고 있다. 두 번째,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비군사 분야의 신뢰구축을 통해 군사부문의 신뢰 구축 가능성을 열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일 텐데, 전작권 환수의 지속적 지연 상태에서 이게 가능하겠는가. 세 번째, 우리의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였으니, 우리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요구는 한-일 간에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부터 시작해서 역시 한일관계 개선 요구가 될 것이다.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 쪽의 자세변경이 없는 상황이라, 국내에선 반발이 생길 것이다. 또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결국 이런 선택이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안보 구도에 생산적, 긍정적인 게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엠디는 기본적으로 상호 확실 파괴(MAD)를 통한 전략적 균형의 원리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간주된다. 네가 치면 나도 쳐서 공멸한다는 공포의 균형으로 핵무기 사용을 막자는 것인데, 그 원리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중국에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레이더로 사전탐지해서 미국 본토에 오는 걸 요격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초전에 떨어지기 때문에 중국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엠디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적극적 방어 뿐 아니라, 적의 의도를 사전에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공격적 방어도 포함한다. 그래서 엠디는 순수방어용이 아니라 공격용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드에 포함되는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에 대해 우리 정부는 1000-1500㎞라고 했지만, 중국에선 출력만 늘리면 3000㎞ 이상 장거리까지 가능할 거라고 본다. 탐지 각도도 북한만 탐지한다면 30도면 충분한데, 현재 120도를 탐지하겠다고 하니, 난징·산둥·베이징·선양 군구사령부 등 중국 전역의 주력부대를 탐지하겠다는 의도로 본다. 따라서 사드 배치는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행위라는 주장이다.

송민순 전 장관
송민순 전 장관
평택은 북경에서 1천㎞ 거리인데, 현대전에서 이 정도는 코앞 거리다. 우리가 왜 이토록 전면에 나서야 하나. 엠디는 1985년 시작해서 30년 동안 2천억달러 가량이 투입됐다. 지금도 해마다 약 100억달러씩 들어가지만, 아직도 시뮬레이션 실험에서마저 성공률이 50%에 못미친다. 아직도 입증이 되지 않은 시스템이다.

결국 이 문제는 현상을 그대로 밀고 가보자는 주장과, 이 현상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가자는 주장의 논쟁이다. 현상 유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위력적이라면서 작전권을 그대로 미국에 맡겨둔 채 막을 수 있는 장치만 갖추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미군의 하부 구조에서 편하게 지내겠다는 것이다.

현상 변경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도 해결하고 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북한이 붕괴해서 우리가 흡수하거나, 아니면 아주 느리고 고통스럽지만 협상을 통하거나 두 가지 밖에 없다. 어느 선택을 하더라도 작전권은 우리가 행사해야 한다. 첫째, 만약 북한이 붕괴해서 흡수통일을 한다면, 한국군이 북한 전역을 장악해야 한다. 그런데 미군 지휘 하에 있는 한국군이 압록강·두만강 유역을 장악하는 사태를 중국이 용인하면서 한국의 통일을 지지하겠는가? 6·25 때 사례를 보면 그렇게 안 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두 번째, 협상을 통한다고 해도, 북핵을 중지·해결하는 과정은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한반도 휴전체제가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과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한국군에 대한 지휘통제를 하지 않는 상황에선 평화체제 수립이 불가능하다. 군대를 직접 지휘도 못하는 쪽과 뭘 믿고 평화를 약속할 수 있겠나?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평화유지’에 있어 평화를 ‘위태롭게’ 유지·관리하는데 모든 걸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며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운용은 평화에 소극적이고 외부세력에 외주를 주면서 유지하려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정리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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