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내에서 남자 선배생도가 후배 여생도를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져 육군이 감찰에 나섰다. 전체 사관학교를 통틀어 성폭행 사건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교내 생활관에서, 학교 축제 행사 중인 대낮에 사건이 벌어진 만큼 육사 교장 등 지휘·감독 계통에 대한 징계와 문책 등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군은 남자 선배생도 개인의 일탈로 몰아 처벌하는 선에서 봉합하려는 분위기다.

28일 육군과 육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지난 22일 육사 ‘생도의 날’ 축제 기간 오전 운동회를 마친 생도 중 같은 학과 소속 20여명이 전공 교수들과 함께 교내 잔디밭에 모여 식사를 하며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마셨다. 육사에서는 원칙적으로 음주가 금지돼 있지만, 2011년부터 장관급 장교(장군), 훈육관, 지도 교수가 주관하는 공식 행사에선 품위를 지키는 선에서 음주가 허용돼왔다.

이 자리에서 과음한 2학년 여생도가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구토를 거듭하자, 그 자리에 있던 교수가 이 여생도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생활관으로 데려간 뒤 훈육관에게 인계했다고 한다. 사건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여생도를 보살펴준다는 명목으로 따라간 4학년 남자 선배생도가 여생도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 성폭행을 저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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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관계자는 “남생도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성폭행을 계획했다기보다는 돌봐주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생긴 일인 듯하다”고 말했다. 육군은 피해 여생도를 심리 치료 차원에서 격리하고, 4학년 남생도는 성 군기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또 국방부 조사본부를 중심으로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건 경위와 과도한 음주가 이뤄진 과정 등을 조사중이다.

그러나 육군과 육사는 제보를 받은 일부 방송사가 이날 확인에 들어가기 전까지 6일간 사건 자체를 비밀에 부쳤다. 군 관계자는 “여생도가 육사에서 계속 공부하기를 원한다. 여생도의 신원이 알려지고 이중의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여생도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장을 비롯한 육사 간부들의 지휘감독 책임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육군의 다른 관계자는 “어느 조직이든 이런 일은 있다. 남자 생도 개인의 일탈에 대해 구속했으면 됐지, 육사 교장에게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