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때와 다른 태도 눈길
북한 방송 매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연일 신속히 보도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것과 사뭇 다른 태도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두만강을 넘은 20일 외신보도와 비슷한 시간대에 김 위원장의 러시아 하산역 도착 사실을 보도했다. 또 23일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 장소인 울란우데에 도착했을 때도 김 위원장이 영접나온 뱌체슬라브 나고비친 부랴트 공화국 대통령 등과 담화를 했다고 전했다.
앞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김 위원장이 전날 러시아 부레야 수력발전소를 참관했다며 러시아 아무르주가 뜨거운 환영분위기에 휩싸였다고 소개했다.
북한 매체들의 이런 적극적 보도 태도는 지난 5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비교된다. 북한 매체들은 당시 김 위원장이 압록강을 넘어 귀국한 뒤에야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매체는 2001년과 2002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때도 신속하게 보도했다”며 “반면 중국 방문 때는 늘 김 위원장 귀국 뒤 보도했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는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러시아가 중국처럼 북한을 감싸는 국가가 아니라는 측면, 또 중국보다 개방적이고 국제적 관례를 더 존중하는 분위기라는 점 등이 차이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북-미 회담 이후 국제사회의 전략적 지지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점 등도 북한의 적극적 보도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5월 방중 때는 한반도 정세가 불투명하던 때인 반면, 지금은 북-미 회담 이후 비교적 큰 흐름은 정해진 상황”이라며 “이제는 국제사회나 내부를 향해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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