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폭우와 압록강 범람으로 큰 피해를 본 북한 신의주시를 포함한 평안북도·자강도·량강도에서 “상당한 인명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1일 통일부 당국자가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위성사진을 보면 (압록강 하구) 위화도 전체와 의주, (압록강 중류) 자강도 만포시까지 침수가 식별되고 있다”며 “2010년, 2016년, 2020년 등 과거 북한의 수해 사례와 비교해 피해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것은 아니지만, 북쪽이 피해 전부를 상세하게 보도하지는 않은 만큼 후속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피해 규모와 관련해선 “상당한 인명 피해”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 숫자는 언급하지 않았다. ‘인명 피해’의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기는 북쪽도 마찬가지다.
다만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노동신문 등 북쪽 매체의 보도에 비춰 보면, 인명피해가 수백명에 이를 수도 있다. 김 총비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책임을 물어 사회안전상과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경질했다. 그 위상과 기능이 꼭 같지는 않지만, 사회안전상은 남쪽의 경찰청장, 자강도당 책임비서는 도지사에 견줄 수 있다. 노동신문은 7월29일치에서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여러 섬 지역들에서 5000여명의 주민들이 침수위험구역에 고립”됐으며, 공군 직승기(수직이착륙기) 비행사들이 “4200여명의 주민들을 구조”했다고 전했다. ‘고립’과 ‘구조’ 사이에 800여명의 차이가 난다. 공군 직승기 말고 “해군과 국경경비대 해상경비편대의 각종 구조정들”이 따로 구조한 주민을 고려하더라도 수백명의 인명 피해가 났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신의주시·의주군은 압록강 하구의 저지대에 있어 2010년 8월, 2016년 7월 등 압록강 범람의 피해를 입은 전례가 있다. 폭우가 쏟아지면 압록강 중상류의 수풍·위원·태평만 댐 등이 수문을 열어 강 수위가 오르는 데다, 신의주 쪽이 강 맞은편인 중국 단둥 쪽보다 지대가 2~3m 낮아 압록강 범람에 더 취약하다.
이번에 노동신문이 밝힌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물적 피해는 “살림집 4100여 세대와 농경지 3000정보(1정보=9917.36㎡, 900만평),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 등이다. 이는 2010년 8월 폭우와 압록강 범람에 따른 신의주시·의주군의 물적 피해 규모(주택 7100여동과 생산·공공건물 300여동 파괴, 7200여정보 침수·매몰·유실)에 비해 그 절대 규모는 작다.
정부는 북쪽의 대규모 수해에 따른 인도적 지원 여부와 관련해선 아직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반면에 롤랜드 쿱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북한 임시 대표는 “장마철을 대비해 식수, 위생·보건 물자를 사전 배치했다. 북한 당국이 요청하면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다만 북쪽은 아직은 내부적으로 ‘구호물품’과 피해 복구 지원을 호소·조직할뿐, 외부에 지원을 요청하지는 않고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