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업체들과 폴란드 정부는 27일(현지시각) 바르샤바의 폴란드 국방부에서 국산 무기인 FA-50 경공격기 개량형 48대, K2 흑표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대를 도입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은 이날 한국 방산업체들과의 계약 체결식에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인해 지상·공중 전력의 공백을 채워야 했는데 기술·가격·도입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무기체계가 가장 적합했다”며 “K-9 자주포의 경우 기술을 인정받고 있어 빠른 도입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군사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체결식에는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등 국내 방산기업 대표와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 야로스와프 미카 총사령관, 아르투르 쿱텔 군비청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FA-50 경공격기, 현대로템이 K2 전차, 한화디펜스가 K-9 자주포를 만들고 있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는 계약 체결식에서 한국 기업 대표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와 동일한 무기체계를 사용하면서 양국간에 유대관계가 더 깊어질 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 기술이전과 현지생산을 통해 경제전반에 걸쳐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폴란드 국방부는 누리집 공지를 통해 1단계로 K2 전차 180대를 도입(올해 말에 납품 시작 예정)하고, 2단계로 800대 이상을 폴란드 현지화 모델 K2PL로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2026년에는 폴란드에서 현지화 모델 K2PL을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FA-50은 처음 12대를 한국이 내년 중반에 폴란드에 인도하는 등 총 48대를 인도할 예정이다. FA-50은 T-50 고등훈련기와 TA-50 전술입문훈련기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브와슈차크 국방부 장관은 “FA-50은 가볍고 F-16을 기반으로 하는 다목적 무기로 우리가 잘 적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F-16을 조종해본 조종사는 FA-50으로 연습하는 데 몇 시간이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선 경공격기 수요가 크게 높아졌다. KAI는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유럽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폴란드는 K-9 자주포를 1단계로 48문 수입할 예정이다. 이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올해 말에 인도받을 예정이다. 폴란드 국방부는 2단계로 자주포 600문 이상의 납품은 2024년에 시작될 것이며, 2026년부터 폴란드에서 자주포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K-9에는 폴란드군 통신시스템과 전투체계가 장착될 예정이다.
폴란드 국방부는 “한국과의 무기 계약 (K2 탱크, K9 곡사포, FA-50 경공격기)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무기 도입 중 하나”라며 “이번 계약은 빠른 인도와 폴란드로의 대규모 기술 이전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구체적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폴란드 무기수출의 전체 규모가 최소 10조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방산업체들은 이날 체결한 기본계약은 본계약 전 단계로 사실상 수주 계약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개별 업체별로 폴란드와 별도 이행계약을 체결해 추가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바르샤바/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