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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수위 높인 문 대통령 “결국 일본 피해 더 클것”

등록 :2019-07-15 21:44수정 :2019-07-15 21:55

일 ‘수출 규제 근거’ 말 바꾸고
‘한반도 평화’ 흔들자 작심 발언

“압박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결국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둔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확대 움직임에 작심하고 경고했다. 발언 수위도 일주일 전인 8일 수출 규제 조처에 관해 처음 언급했을 때보다 한층 높아졌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이유를 바꿔가며 대고 있는 상황을 확실히 지적하는 한편, 일본의 부당한 조처에 어정쩡한 후퇴나 봉합을 택할 수 없다는 정부의 원칙을 대내외에 분명히 밝혀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한국 경제 구조적 타격 의도에 경고

문 대통령의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에는 날이 서 있었다. 닷새 전 경제인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가 더는 막다른 길로 가지 않길 바란다”며 장기 대비태세를 주문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어조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제한 조처가 일회성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을 꺾으려는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일본의 수출 제한 조처는 상호 의존과 공생으로 반세기간 축적해온 한-일 경제 협력의 틀을 깨는 것”이라며 “이번 조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의도가 거기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일본의 이런 노림수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둔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와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무기 제작·개발에 쓰일 만한 품목에 관한 수출 규제를 완화하거나 일부를 면제해주는 대상 국가)에서 빼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 경제에 구조적인 타격을 가해 추격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경고는 일본이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우리가 후퇴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라며 “아울러 한국 경제가 과거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상황에 잘 대응해야 한다는 내부 결속 목적과 함께 일본 정부에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는 제안의 뜻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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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사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 선언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이 이번에 전례 없이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한 것은 양국 관계 발전과 역사에 역행하는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는 점을 먼저 지적한다. 일본 정부가 아무런 외교적 협의나 노력 없이 일방적 조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며 책임 소재가 어디 있는지 거듭 확인했다.

일본 정부의 잇따른 말바꾸기 문제도 다시 꺼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당초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내세웠다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 제재 위반 의혹 때문인 양 말을 바꿨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일본의 태도가 도저히 사리에 맞지 않아 납득이 안 된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일본이 ‘대북 제재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꼬리를 내리고 있지만, 국가 대 국가 사이에서 이처럼 엄중한 사안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의 말바꾸기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원만한 외교적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에 제시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가 없다”며 “일본 정부가 일방적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가 논의 자체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국 정부는 언제든 대화의 장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환기시킨 셈이다.

■ 한반도 평화 흔들기는 용납 못 해

문 대통령의 대일 경고 배경에는 근거 없는 일본 정부의 의혹 제기가 ‘공든 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 제재 위반 의혹을 제기한 것을 겨냥해 “4대 수출통제체제를 모범적으로 이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제재 틀 안에서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불신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대북 제재 위반을 거론하는 일본의 노림수가 미국을 자극해 한-미 사이를 이간질하고,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재를 뿌리려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더는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 없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대로 양국이 함께 국제기구의 검증을 받아 의혹을 해소하고 그 결과에 따르면 된다”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시비를 가리자고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며 국민과 정치권의 단합과 협조도 당부했다. 그는 “기업들은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고, 정부도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경제 체질 개선 노력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국회와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도 당부드린다”며 수출 규제 조처 대응 예산이 반영된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도 부탁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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