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나눠 이겨내는 공동체 문화”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71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취임 후 여러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 국민들이 이뤄낸 오늘의 대한민국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며, 한국산 자동차, 철강, 선박, 스마트폰, K-POP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반세기 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최빈국에서 지금은 경제규모 세계 11위, 수출규모 6위의 국가로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비하 신조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사용하는 ‘헬조선’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헬조선’은 양극화, 청년취업, 비정규직 문제, 노인빈곤, 세계 최고 자살율과 세계 최저 출산율 등을 한데 묶어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비판할 때 사용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텔레비전 뉴스 화면 60개를 캡쳐해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하는 60가지 이유’가 유행하기도 했다. ‘GDP 대비 복지 비율 OECD 최하위’, ‘아이들 삶의 질 꼴찌’, ‘성평등 순위 136개국 중 111위’, ‘노인빈곤율 1위’, ‘한국 정규직 OECD 평균보다 해고 쉬워’, ‘남녀 임금격차 OECD 3배’, ‘박근혜 정부 낙하산 인사 5명 가운데 1명꼴’, ‘한국 출산율 세계 최하위권’ 등이다.
박 대통령은 ‘헬조선 신조어’까지 나오게 된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과 대안 마련 노력 제시에 앞서 “세계가 따르고 배우고자 하는 대한민국을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나마 ‘대안’으로 제시한 것들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나 나올 법한 ‘정신승리 요법’들이 대부분이었다. 박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풍부한 자본까지 가지고 있는 지금 못해 낼 것이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함께 가는’ 공동체 의식으로 함께 노력하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서로 나누며 이겨내는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한 차원 높은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가 ‘남 탓’을 하며 자신의 기득권만 지켜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가 공멸의 나락으로 함께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들의 투혼을 설명한 뒤 “그들이 만들어내는 역전의 드라마야말로 ‘불가능은 없다’는 우리 한민족의 불굴의 DNA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슴에 품자. 위대한 ‘대한국인’임을 가슴에 깊이 새기자”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헬조선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대한 이해 없이 또 다시 국민탓만 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1960년대에나 나올 법한 ‘콩 한쪽 나눠먹자’는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밑그림은 보이지 않고 ‘우리는 위대하다’는 식의 ‘국뽕 연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뽕’은 객관적 판단능력을 잃고 애국심에 과도하게 취해있거나 위대함만을 강조한다는 뜻의 ‘신조어’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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