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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

‘애증의 고향’ 대구서 대선 행보 시작한 유승민

등록 :2021-04-30 19:04수정 :2021-05-04 08:38

“이번 대선 단일후보 되겠다” 하지만…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30일 오후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30일 오후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통령) 선거에 제 모든 것을 쏟아붓고 끝까지 당당하게 경쟁해서 야권 전체의 단일 후보가 꼭 되어보고 싶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 30일 대구를 찾아 대선 레이스의 시동을 걸었다. 대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배신자’ 낙인이 찍힌 그에게는 대선 도전을 위해 반드시 수복해야 하는 고토이기도 하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대구로 내려가 동대구역에서 열린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에 참가한 데 이어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지역 기자들과 만났다. 이번 대구행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사무실을 열면서 정치적 잠행을 깼던 유 전 의원의 두번째 공식 기자간담회 일정이다.

박근혜 향한 쓴소리 탓 대구선 ‘배신의 아이콘’으로

대구에서 태어난 유 전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했고 1년 뒤 대구 동구을 재보선에서 당선되면서 내리 4선을 했다. ‘정치인 박근혜’를 도우며 정치적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뒤 갈등이 시작됐다. 2014년 10월 외교부 국감에서 “이거 청와대 얼라(어린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들이 하는 거냐”며 대미·대중 외교 혼선을 질타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당선 뒤 2015년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해 파란이 일었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던 박 대통령을 향한 직격탄이었다. 이때부터 유 전 의원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는 급격하게 악화됐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한 순수한 충정이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고 2016년 공천에서 학살을 당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뒤 ‘친박계’에서 비박계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뒤에는 바른정당을 창당했으며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가담했다. 유 전 의원의 ‘쓴소리’는 결과적으로 국정농단에 대한 우려와 경고였지만, 대구·경북에서는 그를 ‘배신자’로 규정해버렸다. 이날 그는 배신자로 낙인 찍힌 당시 상황이 “뼈아팠다”면서도 탄핵 결정을 후회하냐는 질문에는 “많은 고민을 하고 선택했고, 후회나 잘못됐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탄핵을 반대했던 분들과 탄핵 문제를 가지고 칼을 겨누는 것은 옳지 않다. 탄핵의 강을 건너 정권교체를 할 때는 단일대오로 가야 한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30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위해 대구시당에 들어오던 중 극렬 보수지지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30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위해 대구시당에 들어오던 중 극렬 보수지지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TK 지지율 1%…이날도 우리공화당원 항의 직면

유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과 올해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 안팎으로부터 서울로 지역구를 옮기거나 서울시장 출마를 종용받았다. 유 전 의원의 ‘개혁보수’ 이미지와 보수 텃밭인 ‘대구’가 잘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 고향인 대구에서 유 전 의원에 대한 반감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은 이런 요구를 모두 마다하면서 불출마를 택했다.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대구를 떠난 지역구에선 출마하지 않겠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유 전 의원은 대구·경북 민심이 빚은 ‘배신자 프레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사흘동안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 포인트)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주자 적합도는 35%였지만 유 전 의원은 단 1%였다. 적폐청산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단죄한 윤 전 총장과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지사(16%), 홍준표 무소속 의원(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각 3%)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유 전 의원에 대한 대구·경북 민심의 싸늘함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찾은 그를 향해 우리공화당 당원 등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등 여전히 성이 나있는 ‘대구 민심’을 전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고향에 온 소감을 전하며 “입구에서 보셨다시피 아직도 대구에서 저에 대해 (배신을 했다는) 저런 목소리가 있다는 걸 제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대선에 도전하는 진심을 대구·경북 시도민들께 잘 설명을 드리면 언젠가는 닫혔던 마음을 열어주시지 않겠나 기대를 가져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차기 대선은 2% 내외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21년 정치인생의 끝을 아낌없이 불태워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이재명 때리며 집토끼 잡기 나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유 전 의원으로서는 우선 영남권 표심을 되돌려놔야 승산이 있다. 집토끼부터 놓쳐버린다면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의 시발점을 대구로 잡은 이유다. 유 전 의원은 야권의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 견제에도 나섰다. 지난 8일 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마포포럼 강연에서 그는 “윤 전 총장은 특검 수사팀장을 하면서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 구속기소와 구형, 법원의 형량이 너무 과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을 어려움에 빠뜨린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 윤 전 총장이라는 취지다.

지난 29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주장을 공박하기도 했다. 이 지사가 제안한 재산비례 ‘공정벌금제’를 겨냥해 “정부가 돈을 줄 때는 당연히 가난한 서민에게 더 드려야 한다. 그런데 왜 기본소득은 똑같이 나눠주나. 자신의 기본소득이 공정하지 않다는 고백”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경제전문가라는 자신의 특기를 부각하며 유력 대선주자를 때려 존재감을 올리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준비를 시작한다. 다음달 4일에는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을 상대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당 개혁’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는 등 대선 주자로서의 정치적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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