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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

‘송언석 갑질 폭행’에 개혁 외친 초선은 왜 침묵했을까

등록 :2021-04-16 05:00수정 :2021-04-16 08:31

정치BAR_장나래의 국회TMI
‘당직자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직자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당을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국민께서 그토록 싫어하시는 정치권의 구태와 결별하고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자리나 의원 생명 연장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대의 앞에 당당히 용기와 소신을 펼치겠습니다.”

4·7 재보선 승리 바로 다음 날인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기자회견. 회견문엔 비장한 당 개혁 각오만 나열돼 있을 뿐, 바로 전날 당직자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같은 당 송언석 의원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언급한 ‘정치권의 구태’에 ‘소속 의원 갑질 폭행 사건’은 예외인 걸까요?

사건 발생 나흘 동안 당이 반응하지 않는 상황에도 초선들은 ‘침묵’을 택했습니다. 사흘 뒤에야 징계위에 회부되고 일주일이 지나 떠밀리듯 자진 탈당을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동안에도 그들은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 모여 당의 쇄신과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는데요. 14일 열린 초선 회동이 끝난 뒤 “일주일이 지나도록 송언석 의원 관련 초선들의 입장문 하나 나오는 게 문제가 있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임 운영위원인 윤창현 의원은 “언급이 전혀 없었다. 따로 논의하겠다”고만 답했습니다.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였습니다.

초선 의원들은 자신들의 약속처럼 ‘대의 앞에 당당히 용기와 소신을 펼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나름의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선배이자 동료인 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오히려 당내 분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재보선에서 20·30대 표를 가져온 상황에서 ‘갑질 문제’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료 의원 문제에 우리가 공개적으로 저격하면 분란만 커질 수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했다는 고백도 나왔습니다. 또다른 초선 의원은 “처음에는 해프닝인 줄 알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본질이 ‘갑질 사건’이라는 점을 뒤늦게 깨닫고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초선들만 탓할 것도 없습니다. 지난 13일 재선 의원들도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같은 재선 의원인 송 의원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중진 연석회의에서도 송 의원의 탈당 결심 소식이 알려진 뒤에야 “신속하게 긴급 윤리위를 소집해서 엄격하게 처리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나온 게 전부였습니다. 갑질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당내 청년 조직인 청년의힘도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재보선 압승 이후 쇄신과 개혁 방안에 대해 당내에서 매일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당의 쇄신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국회의원 갑질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지도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오히려 사무처 당직자들이 구조적인 문제부터 바꿔 확실한 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제가 드러나면 자진 탈당으로 꼬리 자르는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 있는 당규를 개정하는 등 제도적인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무처 당직자는 “이번 사건은 정치권의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이라며 “당원은 지도부 차원의 징계가 곧바로 가능한데, 국회의원은 3분의 2 이상 동의해야만 중징계할 수 있는 현 구조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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