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월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월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재정적자가 선진국 중 최소 수준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22일 페이스북에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한국의 일반재정수지 적자는 42개 주요국가 가운데 4번째로 작다고 밝혔다”며 홍 부총리에게 “뿌듯하시냐”고 따져 물었다. 이 지사는 “그렇다면 경제 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 보셔야 한다”며 홍 부총리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어려운 국민들 삶을 돌보지 않아 재정 손실이 적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껴도 모자랄 판”이라며 “전시에 재정 아낀다고 부상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국가는 영구장애에 대한 더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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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 20일 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의 일반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4.2%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42개 주요국 가운데 노르웨이(1.3%), 덴마크(3.9%), 스웨덴(4.0%)에 이어 4번째로 작은 수치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의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34개 선진국 중 키프로스(3.1%)에 이어 두번째로 작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재정을 쏟아붓는 가운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지출을 아낀 셈이다.

이 지사는 홍 부총리를 ‘곳간 지킴이’로 격하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부디 고성장시대의 고정관념을 버리시고, 재정정책에도 융·복합적 사고를 가져달라”며 “곳간을 지키는 것만이 재정정책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국민의 삶을 보듬는 것은 무엇인지 똑똑히 살펴봐 달라. 경제부총리 자리는 곳간 지킴이가 아니라 경제정책 설계자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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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와 홍 부총리는 이미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지난 8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임이자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수차례 지급하자는 이 지사의 발언을 “철없는 얘기”라고 비판하자, 홍 부총리가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책임없는 발언”이라며 맞장구를 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당시 이 지사는 “대한민국 국민 1/4이 넘는 1370만 경기도민의 위임을 받은 도정책임자로서 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에 의견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존경하는 홍 부총리님께서 ‘철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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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난 10월 홍 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 “도입 논의도 시기상조”라고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자 이 지사가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며 홍 부총리를 작심 비판한 일도 있었다. 당시 이 지사는 “이 나라에는 여당 야당 외에 관당이 따로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이 나라는 기재부가 아닌 국민의 나라이고, 기재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민을 위해 무한충성하는 대리인이자 머슴임을 기억하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