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재정적자가 선진국 중 최소 수준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22일 페이스북에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한국의 일반재정수지 적자는 42개 주요국가 가운데 4번째로 작다고 밝혔다”며 홍 부총리에게 “뿌듯하시냐”고 따져 물었다. 이 지사는 “그렇다면 경제 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 보셔야 한다”며 홍 부총리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어려운 국민들 삶을 돌보지 않아 재정 손실이 적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껴도 모자랄 판”이라며 “전시에 재정 아낀다고 부상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국가는 영구장애에 대한 더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 20일 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의 일반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4.2%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42개 주요국 가운데 노르웨이(1.3%), 덴마크(3.9%), 스웨덴(4.0%)에 이어 4번째로 작은 수치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의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34개 선진국 중 키프로스(3.1%)에 이어 두번째로 작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재정을 쏟아붓는 가운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지출을 아낀 셈이다.
이 지사는 홍 부총리를 ‘곳간 지킴이’로 격하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부디 고성장시대의 고정관념을 버리시고, 재정정책에도 융·복합적 사고를 가져달라”며 “곳간을 지키는 것만이 재정정책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국민의 삶을 보듬는 것은 무엇인지 똑똑히 살펴봐 달라. 경제부총리 자리는 곳간 지킴이가 아니라 경제정책 설계자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와 홍 부총리는 이미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지난 8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임이자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수차례 지급하자는 이 지사의 발언을 “철없는 얘기”라고 비판하자, 홍 부총리가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책임없는 발언”이라며 맞장구를 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당시 이 지사는 “대한민국 국민 1/4이 넘는 1370만 경기도민의 위임을 받은 도정책임자로서 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에 의견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존경하는 홍 부총리님께서 ‘철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후 지난 10월 홍 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 “도입 논의도 시기상조”라고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자 이 지사가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며 홍 부총리를 작심 비판한 일도 있었다. 당시 이 지사는 “이 나라에는 여당 야당 외에 관당이 따로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이 나라는 기재부가 아닌 국민의 나라이고, 기재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민을 위해 무한충성하는 대리인이자 머슴임을 기억하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