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도 동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누구 하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이가 없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도부 사퇴 요구에 대해 “저는 선출된 당 대표이기 때문에 제 책임, 제 소임을 소명의식을 갖고 다 할 것”이라고 거듭 거부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제가 정말 존경하는 김무성 전 대표님께서 당의 큰 형님으로서, 제 전임 대표로서 ‘지금은 절체절명 상황이니 대표 중심으로 뭉치자’고 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 김문수 등 대선주자 되겠다는 어른들께서 그렇게 이끌어주시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친박계 지도부가 최순실 의혹을 비호하다 이 사태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들끓는데도, 본인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고 “사태 수습을 도와달라”는 말만 되풀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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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친박계 핵심 의원들도 두루뭉술하게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친박계 맏형으로 꼽히는 서청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한 행사에서 “여러가지 정국에 대해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최고위원회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책임 통감 주체가 자신이 아닌 ‘최고위원회’였다. 조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를 자청했다. 홍문종 의원은 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모든 분들이 ‘내가 모든 책임을 갖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핵심 최경환·윤상현은 아예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사과 목소리는 오히려 비박계에서 나오고 있다. 당내 대선주자 5명(김무성·김문수·남경필·오세훈·원희룡)은 지난 1일 공동발표를 통해 “죄송합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 우리 모두 엄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원조 친박’이었다가 박 대통령과 멀어진 유승민 의원도 3일 전남대 강연에서 “대통령이 저런 상황이었는지 전혀 몰랐다. 몰랐다고 변명이 되는 건 아니고, 대통령의 본질을 모르고 지지했던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를 봐서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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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친박 책임론’과 ‘지도부 사퇴론’을 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4일 오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