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황급히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핵심 참모진을 교체하고 사회 원로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모습을 보여도, 민심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싸늘해졌다. 1일 공개된 <문화일보>와 <내일신문>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문화일보와 엠브레인 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1000명 전화면접)에서 ‘박 대통령 하야’(36.1%)와 ‘탄핵’(12.1%) 의견이 48.2%로 나왔다. 여기에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거국중립내각 수용해야 한다’는 답변(26.1%)까지 포함하면, 국민의 74.3%가 어떤 형태로든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에 동의하는 셈이다. ‘청와대·내각 교체 뒤 박 대통령 중심으로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22.5%에 그쳤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박 대통령이 자진 하야를 결단해야 할 정도의 상황으로, 식물 대통령이 됐다고 봐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국정을 밀어붙일 경우 새누리당 내 비박계를 비롯한 여권과 야권이 입을 맞춰 탄핵을 공론화하는 국면까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의 ‘추락’도 급전직하 양상이다. 문화일보 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13.7%에 그쳤다. 안을 들여다보면, 박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층으로 꼽히던 장년·노년층과 티케이(TK·대구경북) 지역, 보수층마저 급속히 등을 돌린 점이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 지지도를 떠받쳐온 60살 이상 노년층에서조차 부정적인 평가(67.2%)가 긍정 평가(29.2%)를 압도했다. 19~29살(1.9%)과 30대(3.9%)에서는 박 대통령 지지자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고, 40대(13.5%)와 50대(14.5%)도 함께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이들 중에서도 부정평가(65.3%)가 긍정평가(30.9%)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 지지도는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의 조사(전국 성인남녀 1000명 전화면접과 인터넷 조사)에서는 9.2%로 나타났다. 50대(7.9%), 60살 이상(20.8%), 대구·경북(8.8%), 보수층(20.2%) 등 핵심 지지층 이탈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 대체로 정책 행위를 하다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지만 이번의 경우 최순실씨가 정치 개입을 한 데다 민간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고 국가재정까지 축낸 의혹을 받고 있다”며 “시간이 가며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지지도가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당의 지지도도 동반 추락했다. 문화일보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37.5%의 지지를 받으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10%포인트 가까이 뒤처진 26.2%로 추락했다. 국민의당(15.5%)과 정의당(5.5%)이 뒤를 이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된 뒤 줄곧 반 총장의 뒤를 좇았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이번 조사에서는 20.4%로, 반기문 총장(18.9%)을 제치고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1위에 올랐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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