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올해 국회에서 개헌안을 마련해 내년 4월 총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식 제안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등 여야 지도부가 개헌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몇차례 언급하긴 했지만, 국민투표 시기 등 구체적 개헌 일정까지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국민과 여야 의원 과반이 동의하는 지금이야말로 개헌 골든타임”이라며 “이번 2월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1년간 여야가 당리당략을 초월한 개헌안을 마련한 뒤 내년 4월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말했다. 새 헌법의 적용시기와 관련해선 “여야 합의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12년 11월, 박근혜 대통령도 ‘집권 뒤 4년 중임제 등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지 않았느냐. (대통령이) 이 공약을 지키기 어렵다면, 국회가 국민과 함께 개헌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개헌이 추구하는 권력구조로는 “국민직선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국민적 선호가 여전한 직선제 뼈대를 유지하되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의회로 분산시키는 형태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절충안인 셈이다. 이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직선 대통령이 군통수권과 의회해산권 등 비상대권을 갖되, 의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을 구성하고 책임지는 형태”라며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모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모델은 지난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개헌의 방향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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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한 이유와 관련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미국 멕시코 칠레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분권형’ 또는 ‘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꼽았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분열된 사회일수록 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위해선 승자독식의 ‘다수결 민주주의’ 대신 ‘합의제 민주주의’를 선택해야 한다”는 미국 정치학자 아렌트 레이파트의 논문을 인용한 뒤 “한국은 이미 대통령 한 사람에 의존해 국가를 운영할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하고 규모가 큰 나라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에 대해 새누리당은 “개헌보다 경제살리기가 먼저”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 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개헌론은 자칫 경제살리기 동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해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 총선에서 국민투표까지 거론하는 것도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전날 개헌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유승민 원내대표도 3일 개헌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내에 상반된 견해가 있기 때문에 (의견 수렴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