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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

이-박, 대선앞 96분간 ‘밀담’…민생부분만 한정적 공개

등록 :2012-09-02 20:48수정 :2012-09-02 22:45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후보와 이 대통령은 오찬을 하며 국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후보와 이 대통령은 오찬을 하며 국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대통령-박근혜 비공개 단독회동
박 “반값등록금 등 확대를”
이 “잘 알고있다” 즉답 피해
당청 안팎선 “난색 표한것”해석
친이계 협조·정책 차별화 양해 등
정무적 대화도 오갔을걸로 추정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100분간 만났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실장과 정무·홍보수석이, 박 후보 쪽에선 최경환 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이 잠깐 배석했지만 들머리 4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배석자 없는 두 사람의 단독회동이었다.

■ 민생 강조 청와대 백악실에서 이뤄진 만남에서 대선 후보로 지위가 바뀐 박 후보는 현장방문 이야기를 꺼내며 민생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 자신이 방문한 충남 논산의 피해 주민 이야기를 전하며 “정부의 수해 복구 지원 대책에 사각지대가 많다”고 지적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농어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고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이 전했다. 박 후보는 또 성폭력 등 사회안전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100일간을 범국민안전확립기간으로 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과 ‘영유아 양육수당’ 문제에 대해선 서로 이견을 보였다. 박 후보가 회동에서 “민생경제가 위기 상황에 직면한 만큼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강조한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실현과 0~5살 영유아 양육수당 전계층 확대 건의에 이 대통령은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대학생들이 학자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뛰는 등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보육은 국가에서 책임지는 게 맞다”며 상위 30%를 포함한 전 계층에 양육수당을 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대학생들의 어려움과 여성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안팎에선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무응답으로 정책기조 변화가 없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달 23일 박 후보는 대학생들과 만나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낮추겠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다”고 말했지만, 같은 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나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값 등록금은 현실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맞선 바 있다.

두 사람의 오찬엔 영양밥과 시래깃국 등 한식이 올랐다.

■ 민생만 이야기했을까? 단독회동이 끝난 뒤 박 후보는 회동 내용을 이상일 대변인에게 전달했고, 이 대변인은 이를 언론에 브리핑했다. 회동을 먼저 제안한 박 후보 쪽은 브리핑을 철저히 ‘민생’ 부분에 한정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새누리당 안팎에선 “여당 대선 후보와 임기 말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만났는데 민생만 얘기했겠느냐. 100분 동안의 단독회동에서 이 대통령 발언이 거의 공개되지 않은 게 이상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당연히 정치 얘기가 오갔지만,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 및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우려해 브리핑에선 제외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가 나눌 수 있는 주제로는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 비박 인사들과의 협조 방안, 이 대통령과의 정책 차별화, 대선 관리 문제, 이 대통령을 겨눈 내곡동 사저 특검법 등이다. 이 중 과연 어디까지 논의됐을지는 이 대통령과 박 후보만이 안다. 또 박 후보의 스타일상 실제로 구체적인 부분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며 정치적 담판을 지으려 했다기보다는 주변 이야기를 넌지시 전하면서 이심전심 형태로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형식을 취했을 수 있다.

박 후보가 전태일재단 방문 시도 무산 뒤,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 비박세력과의 화해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해온 점에 비춰 회동에서 이에 대한 이 대통령의 협조 얘기가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선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을 만나 향후 자신이 추진할 정책 차별행보에 대해 사전 양해를 구하며 현직 대통령의 반발이라는 대선 위험 요소를 미리 관리하려 했을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친박 의원은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후보가 정책 등에서 현 정부와 차별화를 하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퇴임 이후’의 문제도 원론적인 차원에서 오갔을 수 있다.

최근 여야 원내대표단이 합의한 내곡동 특검법은 오히려 이 대통령이 박 후보에게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여야 합의 이행을 명분으로 민주당이 복수의 특검 추천권을 갖는 특검법안 처리를 공언하는 상황에서 박 후보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단독회동을 “명백히 선거중립을 훼손한 자리”라고 규정했다.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발표한 내용대로 대화가 오갔다면 굳이 배석자 없이 단둘이서 만날 이유가 있었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성연철 김외현 안창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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