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총리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부겸 전 총리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5일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가 근거 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당연히 우리 당이 ‘과반 의석’을 얻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당에 절박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안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야당의 역할도, 통합의 리더십도 안 보인다”고도 했다. 그는 앞서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이낙연 전 총리가 탈당해 신당 창당에 나선 것을 두고 “이 대표가 이번 달 안에 당의 변화와 혁신, 통합을 위한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커지는 분열을 봉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손잡고 현행 선거제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퇴행’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에는 “무책임하다. 그렇게 하면 선거에서 양당이 심판당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미움받는 것보다 최악은 무관심인데, 지금 국민은 민주당에 무관심하다”며 “국민의 불안과 불신, 분노에 대해 대안도 없이 표만 달라고 하면 어디서 (국민의 분노가)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2022년 5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최근까지 말을 아껴온 김 전 총리는 이날 작심한 듯 민주당에 대한 우려와 윤석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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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피습 이튿날인 지난 3일 병원을 찾았다.

“지금 정치는 정서적 내전 상태다. 이런 정치테러는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단 절박감이 있었다. 이 대표가 지난 2년 권력으로부터 탈탈 털리며 혼자 짐을 짊어지고 가다 이런 일이 일어나 더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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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뒤 말을 아껴왔다. 윤석열 정부, 어찌 보고 계신가.

“무능력·무책임·무비전, 3무 정권이다. 그나마 전통적 보수와 달리 기득권과 거리를 두고 ‘반듯한 보수정부 역할을 해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일부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검찰공화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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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문제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 파트너인 제1야당 대표와 공식적인 자리가 한번도 없었다.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선 어찌 평가하시나.

“아직 평가가 이르다. 다만 자성은 없고 야당 비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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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의 일성이 ‘운동권 정치 청산’이었다.

“검사로서 그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누린 것도 모두 민주화 시대 많은 사람들의 피·땀·눈물로 얻은 성과인데, 참 염치가 없다.”

―그래도 여권은 한 위원장이나 이준석 전 대표(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같은 3040세대가 깃발을 들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새로운 인물이나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그러나 세대 교체는 시대 교체와 같이 가야 한다. 비전 없는 ‘갈라치기’ 정치는 시대 교체가 아니다.”

―여당이 못해도, 민주당으로 지지율이 모이지 않는다.

“제1야당의 특권이자 역할은 정부·여당에 반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거다. 10여년 전에 ‘무상급식’같은 대안을 제시하며 학교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었다. 그러나 우리 민주당이 최근 대안을 제시한 기억이 없다. 공동체를 위한 미래 비전도, 통합의 리더십도 안 보인다. 그러니 우리를 지지하는 분들도 흔들리고, 젊은 세대들에겐 실망을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부끄럽다.”

―중앙·지방정부를 장악했었고, 지금도 160석 이상의 거대야당인데 왜 이렇게 대안도 비전도 없는 당이 됐나.

“절박성이 없는 것 아닌가. 공천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당의 활력이나 생동감 자체가 죽어버렸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민주당에 관심을 안 갖는다. 무관심은 미움받는 것보다 더 최악이다.”

―당내에서 꾸준히 대안적인 목소리를 내온 ‘원칙과 상식’이 결국 탈당했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민주당의 생명력은 다양성에 있다. 당의 절대적 오너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주류 리더들을 존중하고 당의 생명력을 돋우는 데 자본으로 썼다. 이 대표 쪽에서 좀 더 그분들(비주류)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를 중재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셨다.

“원칙과 상식은 그간 많은 목소리를 내왔지만, 이 전 총리는 고민 끝에 결정을 했다고 해도, 조금 서두른 감이 있다. 국민들은 왜 갑자기 이 전 총리가 탈당했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당의 리더로서 선거를 바로 앞두고 탈당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탈당하신 분들과 이 대표 사이에 대화의 간극이 커보였다.

“세세한 건 몰라도, 그분들의 요구사항을 (이 대표가) 수용하려고 들면 왜 해법이 없었겠나. 이 대표가 그런 것들(쇄신 요청)을 너무 작은 문제로 본 게 아닌가 아쉬움이 든다.”

―민주당의 생명력은 다양성이라고 했는데, 당내에서는 ‘이제 목소리를 낼 사람이 없겠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달 이 대표를 만났을 때 ‘강성지지층이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우르르 몰려가 괴롭히는 행위를 중지시켜야 한다’는 요청을 강하게 했다. 민주당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거다. 당 대표가 의지를 실어서 분명히 차단을 해야 한다.”

―원칙과 상식도 그 이야기를 계속 해왔는데.

“이 대표의 노력이 부족했다. 그런 부분조차 해소하지 못했으니까 탈당이란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게 아닌가. 공천 과정에서 당내 분열 요인들이 계속 발생할 텐데, 납득할 만한 과정 관리를 하는 게 다 당대표 책임이다.”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다른 듯하다. 지도부는 추가 탈당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분열은 작은 데서 시작하지만 간극과 상처는 쓸어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대표에게 ‘더 소통하고 양보하라’고 한 건데 결국 이렇게 돼 안타깝다. (비주류의) 설 자리를 없애고 야권이 분열되면 선거 결과는 상당히 비참해질 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1년 이기택·노무현의 8석 ‘꼬마 민주당’과 70석 평민당을 5대5로 통합했다. 야권 분열을 막기 위해서다. 내가 이 대표에게 말했다. ‘이 대표 없이도 선거(승리)가 안되지만, 이 대표만으로 승리하기도 어렵다.’ 작은 균열이라도 소통하고 포용했어야 한다.”

―이 대표가 어떤 조처를 더 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범야권의 총괄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어느 작은 세력 하나라도 그냥 흘려보내선 안된다. ‘큰 울타리를 쳐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자’고 하려면 치열한 노력이 있어야지. 이번 달 안에 당의 변화, 혁신, 통합을 위한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커지는 분열을 봉합하기 어렵다.”

―제3지대 신당 세력의 영향력이 클까.

“제3지대가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함부로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분열은 뼈아프고, 이대로 가면 (민주당에) 절박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

―앞으로 공천 관리가 관건이다. 핵심이 뭔가.

“핵심은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오래 알아왔는데 당의 ‘수박(비이재명계) 깨기’, ‘자객 공천’ 등의 풍토를 바로잡아줄 거라고 기대한다. 당 안팎에서 이런 행태가 횡행하는 걸 보면 공천 과정도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지난달 정세균 전 총리를 만나서도 그 부분에 대한 우려를 나눴다.”

―정권심판론만으론 승부가 어렵다는 건가.

“윤석열 정부가 승리하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과반 의석을 주는 것도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본다. 더 겸손하고 절박해야 되는데 당에선 그냥 당연히 우리가 과반(의석)을 할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선거제 문제는 왜 그렇게 절박한가.

“그게 민주주의고, 민주당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민심) 왜곡이 있다고 해서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한 거다. 이제 와 양당이 유불리를 따져 돌아간다는 건 말이 안된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제만 고집하고 있다. 민주당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

“그렇게 쉽게 돌아가긴 어려울 거다. 그간 민주당을 지원해온 시민사회 등 진보·민주 세력들이 ‘우리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의회 세력을 만들 기회를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일방적으로 외면하나. 일종의 배신이 된다. 후과가 간단치 않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할 경우,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게 민주당 논리다.

“여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국민들이 심판할 거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민주당은 정책적인 연대를 할 수 있는 범민주 진영에서 프로그램(비례연합정당)을 만들면, 거기에 협력하면 된다. 왜 민주당만 (의석을) 차지해야 하나? 이 정치게임에서 민주당만이 독식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이 대표에게도 이렇게 강하게 말씀하셨나.

“당시까지 이 대표 본인도 결정을 못하고 있더라. ‘이 대표가 선거제에 대한 약속을 깨면, 이 대표를 향한 신뢰자본도 깨진다. 그걸 왜 스스로 버리려고 하냐’고 말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거나,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둘 다 심판당하고 제3지대가 커질 거다.”

―당에선 ‘김부겸 역할론’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총선에서, 그리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당에 어려움이 있으니까 ‘힘을 좀 보태달라’ 하면 그건 내가 외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당이 변화와 혁신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려줘야 내가 힘을 보탤 게 있다. 민주당의 복원, 정치의 복원, 대한민국의 미래로 전진하기 위한 원동력의 복원. 세 가지가 이번 총선의 과제다. 그러나 기득권을 그대로 움켜쥔다면 내가 가서 할 일이 뭐 있겠나. 당을 책임진 이 대표나 지도부가 근거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국민들의 불안, 불신, 분노에 진지한 고민과 대안을 안 내놓고 그냥 표만 달라고 한다?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강재구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