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으로 가는 중간정거장 역할로 새로운 정치를 하락시켰다.”(2021년 2월8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제3지대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을 비판하며 꺼낸 말이다. 그로부터 2년7개월이 흐른 지난 9월19일, 조 의원은 원내 1석의 소수정당인 시대전환 대표로서 ‘흡수합당’ 형식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3년여 사이에 당적을 4차례나 바꾼 조 의원을 두고 ‘노선을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의원의 행보는 2014년 민주당 계열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출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창당을 거쳐 지난해 국민의힘으로 넘어온 안철수 의원과 곧잘 비교된다. 시대전환을 창당한 조 의원 역시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더불어시민당과 민주당의 합당 과정에서 제명돼 본래 소속정당인 시대전환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조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은 지난해 3월 대선후보 단일화를 계기로 국민의힘에 합류한 안 의원에 견줘 당 안팎에서 더 강한 비판을 받는 모양새다. 조 의원이 그동안 제3지대 중도실용 정당을 표방하면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여권 지향적’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21대 국회 전반기 땐 ‘기본소득’과 ‘주 4일제’ 등 진보적 의제를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여당이 된 후반기에 들어선 강력범죄에 대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이나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보수정당 정책에 보조를 맞춰왔다.
전문가들은 안 의원과 조 의원의 사례처럼 제3지대를 표방했던 정치인들이 잇따라 보수정당으로 흡수되는 현상의 배경으로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꼽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당이 존립하려면 세대, 지역 등 지지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은 이른바 ‘86세대 운동권’을 중심으로 한 정체성이 분명한 반면, 국민의힘은 보수적 가치와 별개로 정체성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보수정당은 대체로 정당 지지자나 국회의원 모두 정체성보단 이해관계, 그에 따른 확장성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외부 인사에 열려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고한 양당제 상황에서 제3지대 활동에 한계를 느낀 정치인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한 곳을 선택할 경우, 상대적으로 ‘순혈주의’가 약한 보수정당에 가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제3지대→국민의힘’으로 이동한 정치인 개인의 ‘성향’이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그 사람들(안철수·조정훈 의원)의 성향상 경제적 측면이나 외교·안보적 관점이 민주당의 노선과는 애초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