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공동취재사진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윤석열 정권 견제론’과 ‘새 정부 협조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3시간 넘게 이어진 격론 끝에 ‘임명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한 총리 후보자 인준에 동참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발목 잡기’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결국 가결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92명 중 250명이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8표, 반대 36표, 기권 6표로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총리직에 지명한 지 47일 만,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열흘 만이다. 이로써 현재 18개 정부 부처 가운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16곳의 장관 임명이 완료된 상태다. 한 총리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인준안이 통과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위로는 대통령을 모시고 책임총리로서 우리의 국익과 국민을 우선하는 나라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중 일부는 가결 투표에 나서는 대신 기권·반대 등으로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를 앞두고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인준을 주장하는 온건파와 낙마를 주장하는 강경파가 팽팽히 맞섰다. 찬반양론이 엇갈린 탓에 오후 4시로 예정된 본회의 일정도 2시간이나 미뤄졌다. 의총장에선 ‘야당으로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민심이 좋지 않으니 일단 통과시키고 사후에 책임을 묻자’는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시기가 좋지 않으니 일단 본회의를 연기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3시간을 넘기도록 논쟁을 벌인 뒤에도 의견이 수렴되지 않자, 결국 원내지도부는 표결로 입장 정리에 나섰다. 표결에선 과반 이상이 가결 의견을 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 뒤 “민주당은 새 정부의 첫 총리라는 점을 감안해 윤석열 정부가 순조롭게 출발해 국민의 삶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저희들이 총리 임명동의안에 찬성하기로 한 것은 한 후보자가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새 정부 출범에 우리 야당이 막무가내로 발목잡기를 하거나 방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여러가지 대내외적 경제 상황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의 긴장 상황에서 총리 자리를 오랜 기간 비워둘 수는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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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는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이후, 한 후보자를 ‘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됐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져나온 박완주 의원의 성폭력 사건 등으로 당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한 총리 인준안까지 부결시켰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커졌다. 당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에 ‘새 출발 하는 정부의 첫 총리 인준에 정략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쓴소리를 했고, 당내 ‘최대 주주’인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한 후보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실상 가결에 힘을 실었다. “지방선거 승리를 책임지겠다”는 명분으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위원장은 당 지지율 하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친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동의안을 부결하면 (당이) 즉사한다’며 동료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안에선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이번 동의안 처리의 후폭풍이 뒤늦게 몰아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아 당내 강경파들이 침묵하고 있지만, 선거에서 대패할 경우 ‘게도 구럭도 잃었다’는 손익계산서가 지도부와 이 위원장에게 돌아올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떠나 지도부가 여론을 살피다가 원칙도 전략도 건지지 못한 그림이 됐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