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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

‘박심’ 경쟁에 성별 갈라치기까지…국민의힘 ‘퇴행적 경선’

등록 :2021-11-02 19:17수정 :2021-11-03 02:35

홍준표, 박근혜 사촌 지지에 고무
윤석열과 ‘박심은 우리 쪽’ 공방전

유승민 “남성 잠재적 가해자 취급”
윤석열도 성범죄 무고죄 신설 주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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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각 후보 캠프의 ‘퇴행적’ 행태가 비판을 받고 있다. 경쟁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경선판에 끌어들여 이른바 ‘박심 논란’을 일으키고, ‘20·30대 남성’을 겨냥한 성별 갈라치기를 통해 성평등 기조를 훼손하는 주장도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낮 충남 천안시 동남구 사직동 천안중앙시장을 찾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낮 충남 천안시 동남구 사직동 천안중앙시장을 찾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의원 캠프는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촌형제인 박준홍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박 전 협회장은 “홍 의원이 새마을운동을 되살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민족중흥 정신을 계승해 발전시키고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를 회복시키며 김종필 총리님의 동서화합과 산업화의 열정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며 “홍 의원의 약속을 완수하는 과업에 박정희 대통령 집안과 김종필 총리님의 집안도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협회의장은 고 김종필 전 총리의 처남으로, 지난 2010년 ‘친박연합’을 창당하고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날 지지선언에는 ‘박근혜 가족’까지 총동원해서라도 영남권 지지층을 끌어와야 한다는 홍 의원 쪽의 절박한 속내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지난달 31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즉시 사면을 약속했고, 지난 1일 대구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거듭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로 대구·경북 시도민 마음을 아프게 한 데 대해 거듭 용서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홍 의원 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의 ‘박심 구애’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달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단체 총연합회’가 홍 의원 지지 선언을 했다고 입장을 밝히자, 윤 전 총장 캠프는 지난달 31일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장단’이 윤 전 총장을 지지했다는 입장문을 내며 맞불을 놨다. 홍 의원 캠프 소속인 이언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들을 향해 “짝퉁 박사모”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진짜 ‘박심’은 우리 쪽”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일 부산역에서 열린 부울경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일 부산역에서 열린 부울경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 당에 유입된 20·30대 남성들을 의식한 ‘성별 갈라치기’ 모습도 감지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여자친구의 ‘혼인빙자 및 낙태 요구’ 주장으로 논란이 됐던 배우 사건을 언급하며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유 전 의원은 그러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성범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똑같은 이유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무고죄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꺼내 들며 ‘남성 역차별’ 주장에 힘을 실었던 유 전 의원이 막판 ‘이대남’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전 총장도 청년 정책을 발표하며 ‘성폭력특별법’에 무고죄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성폭력에 대한 “거짓말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두 후보가 나란히 성범죄에 대한 무고죄를 주장하고 나서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증명을 끊임없이 요구받으며 2차 피해에 놓이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안티페미니즘 선동만 바라는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진흙탕 싸움을 넘어 퇴행적, 반동적 행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겨레>에 “박 전 대통령 수사 책임을 지고 있는 윤 전 총장, 탈당 책임을 지고 있는 홍 의원이 막판 정통 보수층을 의식해 혹시 모를 앙금을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사면론 경우엔 보수 진영 지지층에 확실히 먹힐 이슈라고 판단해 경쟁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도층을 잡을만한 이슈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 경선이 과열되면서 나타난 퇴행적 행보가 결과적으로 대선 본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수차례 강조해온 국민의힘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다시 등장한 것은 퇴행적”이라며 “탈진영 탈이념 20·30세대를 잡았다고 환호하던 보수정당이 경선 과열 국면을 틈타 다시 경쟁적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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