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발언을 곡해하지 말라’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나타냈던 윤 전 총장은 이날도 오전까지는 사과 대신 ‘유감’ 표명만 했다가 오후에서야 ‘송구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 19일 ‘전두환 망언’부터 이날 사과까지 52시간은 윤 전 총장의 역사 인식과 소통 난맥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2시40분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적었다. 그는 “‘발언의 진의가 왜곡되었다’며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며 “원칙을 가지고 권력에 맞설 때는 고집이 미덕일 수 있으나, 국민에 맞서는 고집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청년 정책’을 발표하기 직전에 “제 발언은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사과나 사죄의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냐’고 묻자, 윤 전 총장은 “아무리 내가 생각해도 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했더라도 받아들이는 국민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비판을 수용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라며 “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달라”고 했다. 여전히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태도였지만 윤 전 총장은 4시간 뒤 ”송구스럽다”는 글을 썼다. ‘육성 유감 표명’으로 논란에 마침표를 찍으려 했지만 ‘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안 하느냐’는 당 안팎의 비판이 계속되자 마지 못해 항복한 모양새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주장한 지 약 52시간 만이다.

캠프에선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망언’을 사전에 거르는 과정도 없었고 사고가 난 뒤에도 핵심 참모그룹 내부에서도 사과 여부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내부적으로 논의 과정이 있었고, 여러 의견을 두고 논의한 끝에 오늘 발표를 한 것”이라며 “본인이 발언한 의도나 취지와 다르게, 받아들이는 쪽 생각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나름대로 인식한 뒤에 사과가 나왔고 그 온도차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잘못한 게 없다’는 윤 전 총장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다. 당 지도부도 전날 윤 전 총장 캠프 쪽에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별도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요한 전선은 대장동 의혹이어야 하는데 사과 타이밍을 놓친 것은 정무적으로 옳지 않았다”며 “실언으로 논란이 될 때마다 분명한 입장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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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차 ‘유감 표명’과 “송구하다”는 메시지 이후에도 윤 전 총장을 향한 비판은 이어졌다.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당 대표였으면 윤 전 총장은 제명감”이라며 “어차피 사과할 일을 가지고 깨끗하게 사과하면 될 일을 가지고 무책임한 유감 표명으로 얼버무리는 행태가 한두 번이냐. 참 어리석다”고 적었다. 이번 일을 장난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한 윤 전 총장 에스엔에스(SNS) 글도 입길에 올랐다. 이날 새벽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윤 전 총장 개인 인스타그램 게시물엔 그가 돌잔치 때 사과를 잡고 있는 사진과 함께 “석열이형은 지금도 과일 중에 사과를 가장 좋아한답니다”라는 글이 첨부됐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내어 “국민 앞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보여야 할 시점에 먹는 ‘사과’ 사진을 올리면서 장난스럽게 쓴 글은 대통령 후보자를 향한 국민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캠프도 논평에서 “국민을 조롱하는 후보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자격도, 국민의힘 후보로서 자격도 없다”고 반발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2022 대선,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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