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4차 토론회에서는 양강 주자인 윤석열·홍준표 후보의 북핵 대응과 대북 정책을 겨냥한 집중 공세가 쏟아졌다. 두 후보는 서로를 ‘문석열(문재인+윤석열)’, ‘지방선거 유세도 못 했던 당대표’라고 공격하며 한층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였다.
<문화방송>(MBC) 주최로 열린 이날 100분 토론에서 첫 주도권 토론을 벌인 주제는 ‘외교·안보·통일 분야’였다. 두 주자의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 공약이 주요 타깃이 됐다. 포문은 유승민 후보가 열었다. 유 후보는 윤 후보의 공약을 언급하며 “핵공유·전술핵 배치 입장에 찬성인지 반대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가 유사시 전술핵을 배치할 수 있다는 공약을 내놓고 지난 27일에는 전술핵 배치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게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윤 후보는 “공약을 똑바로 안 읽어본 모양이다. 전술핵 배치나 핵공유는 북한에도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면서도 “마지막 방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유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서도 “북한 핵 공격으로부터 신고리 원전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언 돔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아이언 돔은 북한 장사정포나 방사포로부터 우리 수도권을 방어하는 거고 원전 지키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고, 홍 후보는 “미사일 방어를 하는 것도 있다”고 응수했다.
원희룡 후보는 홍 후보의 핵공유 공약을 주로 겨냥했다. 원 후보는 “북 비핵화 대책을 이야기하면서 핵 균형을 말했다. 핵 균형은 북한과 한국의 핵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건데 북핵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 논리와 같고, 핵 균형 맞추자는 건 미국의 전 세계 비핵화를 부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동의하겠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미국의 동의를 어떻게 단정하냐. 저렇게 유약해가지고 어떻게 대통령 하겠다고 하냐”라고 비판했고, 원 후보는 “말하는 건 사이다인지 콜라인지, 탄산처럼 할지 몰라도 안보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응수했다. 홍 후보의 모병제 공약도 집중 공세를 받았다. 홍 후보는 “몇 명 (모병을) 생각하냐”는 하태경 후보 질문에 “30만명”이라고 답하자, 하 후보는 “지금 55만 명을 25만 명이나 줄이겠다는 건가. 나라를 말아먹겠다”고 비꼬았다. 홍 후보는 “저런 식으로 억지 부리는 사람은 기가 막히다”며 “시비를 걸려고 (토론회에) 나오는 건지, 자기 공약은 없다”고 대응했다.
여성 징병제를 두고는 후보들 간의 견해가 엇갈렸다. 홍 후보는 “여성 징병제에 반대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쭉 해왔고, 여성은 지원병제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유 전 의원은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만 징병되는) 그것도 차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 후보 또한 “남녀가 함께 국방 책임지는 시대가 돼야 한다”며 찬성했다.
양강 주자의 신경전은 한층 치열해졌다. 홍 후보는 지난 토론회에서 윤 후보에게 ‘작계 5015’를 물은 데 이어 이번엔 “남북 전력 지수를 아냐”고 물었다. 윤 후보가 웃으며 “말씀 좀 해달라”고 즉답을 못 하자 홍 후보는 “핵이 포함되면 전력지수가 남 840, 북 1700으로 2배 차이가 난다”며 “미국의 (핵) 확장 억제 주장은 지난 30년간 해왔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윤 후보는 “그래도 북한에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원칙 세워서 대응하는 것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또 홍 후보는 윤 후보에게 “문재인 정권에서 실패한 국방부 장관이나 참모총장 다 데리고 와서 북핵 대북 정책을 만들어서 대북 정책이 우리 당 성격과는 다르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 2기라고 하고, 에스엔에스(SNS)에는 문석열(문재인+윤석열)이라는 말도 떠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윤 후보도 지지 않고 “(문석열은) 홍 후보님이 만드신 것 아니냐. 어떤 점이 같냐”며 “(주변국 공조 강화와 북한 주민 인도적 지원 사업 등은)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뤄졌을 때 한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홍 후보는 또한 ‘대장동 개발 의혹’을 거론하며 “악취가 그렇게 났는데 검찰총장일 때 몰랐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는 홍 후보 지적에 윤 후보는 “무능해서 죄송하다”고 맞받았다.
윤 후보는 홍 후보의 당대표 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맞불을 놨다. 윤 후보는 “5선으로 당 최고 중진이신데 2018년 지방선거 때 당대표였을 때 지원유세를 우리 당 단체장 후보들이 거부했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그때 (내가)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회담이라고 발언해서 80%의 국민과 대부분의 우리 당 국회의원들이 비판했다. 그래서 지방선거 유세를 못 나갔지만 1년 지난 후에 위장 평화회담이었던 게 다 밝혀지지 않았느냐”라며 “거꾸로 물어보겠다. 윤 후보는 그때 뭐했냐. 당이 그렇게 곤경에 처하고 있을 때 다들 뭐 하고 있었는지 여기 후보들 다 얘기해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