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자고 먼저 제안했던 미래통합당이 총선이 끝나자마자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여야는 총선 직전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생계를 지원하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신속히 지급하는 것에 뜻을 같이한 바 있다. 미래통합당이 이런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20일 의원총회 직후 “재난지원금을 주는 데 누가 반대하겠느냐”면서도 “적자국채를 동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주는 데 필요한 3조원의 추가 재원을 위해 국채 발행도 검토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방침에 반대한 것이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한술 더 떠 “상당한 소비 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까지 100만원(4인 가족 기준)을 주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도 없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도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 국민 지급 자체를 반대했다.

이는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직전 “소득 구분 없이 국민 모두에게 50만원씩 지급하자”고 제안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래통합당은 처음엔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총선용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하다가, 총선 직전 태도를 바꿨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입장이 돌변한 것은 전형적으로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말이 달라진” 행태다. 같은 당의 추경호 의원이 “총선에서 국민에게 드린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을 새겨들어야 한다.

광고

민주당과 정부의 ‘엇박자’도 야당의 반대에 빌미를 주고 있다. 청와대는 총선 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여야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선별 지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소득 하위 70%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 국회에서 유지되도록 최대한 설득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기재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총선 때 약속을 하고 청와대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전 국민 지급안을 계속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소모적 논란으로 시간을 끌면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