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를 ‘해편’했다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가 1일 출범했다. 기무사의 정원을 30% 줄이고 업무도 보안·방첩 기능으로 한정했다. 정치적 중립 준수와 불법 정보수집 금지 의무를 못박는 대신 군인·군무원의 동향관찰 임무는 없앴다. 사생활이나 일반적인 동향 파악 목적의 신원조사도 금지하는 등 그간 비판받아온 기능을 상당 부분 폐지한 것은 긍정적이다. 이른바 ‘계엄 문건’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조직 개편의 순서가 뒤바뀐 듯한 측면도 없지 않으나 사안의 시급성에 비춰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한다. 다만 조직 수술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해서 수술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박정희 정권 이래 50년 이상 계속돼온 보안사·기무사 악행의 뿌리가 워낙 깊어 안보지원사 개편의 성공 여부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아둘 수밖에 없다.
국방부에 따르면 안보지원사는 정치개입을 뿌리 뽑기 위해 보안·방첩 이외의 불법 정보수집을 금지하고 부당한 업무 지시에 대해선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신변보장 조항까지 훈령에 명문화했다. 조직 면에서도 정치개입 논란을 불러온 융합정보실과 예비역지원과를 없앴다. 인적 청산을 위해 계엄 문건과 민간인 사찰, 댓글공작 등 3대 불법행위 관련자 240여명 등 모두 750여명을 각 군으로 원대복귀시켰다. 대신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이 선발위원회를 꾸려 1단계로 2천여명을 새로 뽑는다. 2020년까지 현역 간부를 추가 감축하고 군무원을 증원해 군인의 비율이 7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일정대로 추진된다면 기무사 흔적을 지우고 안보지원사로 새로 태어나는 데는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명칭과 조직 개편, 그 정도의 인적 쇄신만으로 보안사·기무사 이래 쌓여온 특권적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 뒤 기무사로 이름을 바꾸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탈정치를 다짐하고도 불과 몇년 만에 과거로 되돌아갔던 그들이기 때문이다.
계엄 문건 수사가 난항을 겪는 것도 과거 청산을 낙관하기 힘들게 한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귀국을 거부하면서 윗선과 몸통 수사도 진척이 없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촛불 시민을 겨냥한 친위쿠데타를 꿈꿨던 조직이기에 철저한 청산과 쇄신이 여전히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