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청 인근 문화마당에 차려진 ‘고 노회찬 국회의원 시민분향소’. 폭염 속에서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상원 기자
경남 창원시청 인근 문화마당에 차려진 ‘고 노회찬 국회의원 시민분향소’. 폭염 속에서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상원 기자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그가 27일 지친 몸을 누인다. 전태일, 김근태, 박종철 등 수많은 민주 영령이 약자를 대변하며 진보적 가치 확산을 위해 헌신한 그와 함께할 것이다. 홀로 자책하며 괴로워했을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부디 그곳에선 늘 웃음 짓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줬다. 왜 그렇게 허망하게 갔냐는 안타까운 탄식이 이어졌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빈소엔 조문객 수만명이 찾았다. 에스엔에스(SNS)엔 노 의원과의 개인적 인연을 풀어내며, 그의 인간적 풍모와 내면의 깊이를 새김질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그의 죽음은 역설적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말과 행동의 일치를 위해 몸부림친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를 조문하는 길엔 좌우와 보수·진보의 구분이 없었다. 진보정당에 몸담았지만 정반대 쪽에 섰던 보수 인사들이 적잖이 빈소를 찾았다. 누군가는 ‘그에게 설득의 대상은 적이 아닌 국민’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부패세력을 향해 분노를 표출할 때, 반대파와 토론할 때, 비수를 꽂는 날 선 말보다는 은유와 풍자, 해학을 담은 촌철살인으로 국민에겐 웃음을, 공격받는 상대에겐 자성의 기회를 줬다. 상대방을 타도 대상으로 삼아 거친 말을 쏟아내며 적대감을 고취해온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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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엔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찾았다. 휠체어를 타고 먼 길을 달려온 장애인, 굽은 몸을 이끌고 찾아온 노인들, 비정규직 노동자… 이들 모두는 노회찬 의원 덕분에 우리 사회가 한뼘쯤은 더 살기 좋아졌다고 말한다.

큰 기둥을 잃은 정의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가 몸으로 보여줬다. 진보의 가치는 선명하게 하되 그 방식은 더 대중적으로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달라’는 노 의원의 마지막 호소를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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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 정치인으로 2016년 3월에 4천만원을 받은 게 노회찬 의원이 죽어야 할 이유가 되느냐고 많은 시민은 의문을 제기한다. 더 부패한 ‘현실 정치’에 대한 분노와 ‘참정치’에 대한 갈망이 여기 담겨 있다. 정치자금법 개정엔 신중해야 하지만, 적어도 국고보조금을 독식하고 정치 신인 앞에 장벽을 세운 거대 정당의 그 불평등은 풀어야 한다. 이제 국회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실천으로 노회찬 의원의 영면에 대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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