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은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훈련 중단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놓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사전 논의를 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다뤄진 것을 보면, 이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판단의 결과가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최근까지 한-미 연합훈련을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해온 만큼, 훈련 중단이 실행되면 북-미 양국의 상호 신뢰 증진과 한반도 비핵화 진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는 것에 북-미 정상이 인식을 함께한다고 선언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이 선언에 맞춰 미국이 북한에 신뢰 구축을 위한 손을 내민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부터 미국이 약속을 이행한다면 북한도 믿음을 갖고 비핵화 조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 일각에서 ‘안보 우려’가 나오는데,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눈앞의 우려에 매몰돼 비핵화라는 더 큰 안보 목표를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의 양보에 상응해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를 약속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도 반갑다. 북한이 이 조처를 단행하면, 지난달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이은 또 한번의 자발적인 핵·미사일 동결 조처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추가적인 선의의 조처들을 취해 나갈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볼 때, 앞으로도 계속 핵·미사일 동결·폐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의 더 많은 선도적 비핵화 조처를 기대한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북한 미사일 시험장 폐기는 북-미 공동성명에서 나온 대로 ‘한반도 비핵화 증진’에 기여하는 일이다. 이런 신뢰구축 조처들이 비핵화 가속화로 이어지면서 북-미 관계 정상화 과정의 속도를 높이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문제를 포함한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사항들을 잘 살펴, 북-미 신뢰 증진의 촉진자로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돌이킬 수 없는 흐름으로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